[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올해도 어김없이 '13월의 보너스'가 아닌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납세자들은 바뀐 세법 때문에 세금을 더 내거나 돌려받는 세금이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일부 개인차일 뿐 큰 틀에서는 "세 부담이 대체로 크게 늘지 않는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일 개편된 세법을 적용해 연말정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한국납세자연맹과 개인납세자들은 개인 중에서 세금을 토해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부담이 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해당 구간 직장인들도 세금을 더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편된 세법을 적용해 연봉 2360만~3800만원 미혼 직장인의 올해 납세액을 산출해보면 근로소득공제는 24만7500원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세액공제 증가는 7만4250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녀를 낳은 경우에도 세 혜택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번 연말정산까지는 2013년 태어난 자녀에 대한 출생공제 200만원과 6세 이하 양육비 공제 100만원 등 총 300만원의 소득공제를 통해 16.5%의 절세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출생공제와 6세 이하 공제가 사라지고 자녀세액공제 16만5000원만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연봉 4000만원 직장인의 경우 작년에 아이를 낳았다면 재작년에 낳았을 경우보다 세금 부담이 19만3800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5000만원이면 31만760원, 연봉 6000만원이면 34만3750원까지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세금 증가액이 약 33만원일 것으로 발표했던 연봉 7000만~8000만원 구간의 근로소득자 세 부담 증가액도 60만원에서 75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추정치도 나왔다.
연말정산이 '보너스받는 달'에서 '세금 내는 달'로 달라진 것은 대다수 소득공제 항목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공제받을 수 있는 세금액은 제한적이 된 반면 근로소득자 상당수가 전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됐기 때문이다. 납세자연맹은 "개인별로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항목이 다르고, 또 공제효과에 따른 증세 편차가 아주 크다. 새로 생긴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인 등 일부만 환급이 늘어날 것"이라며 "각자에 유리한 방법으로 연말정산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조금이라도 더 절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말정산을 서민증세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연말정산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해명자료를 내 "2013년 세법개정 시 발표한대로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근로자 중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평균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총급여 7000만원 이하는 평균 2만~3만원 수준에서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일구간 내에서 공제항목 또는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개별적인 편차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증세논란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전환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저소득층에게 세제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고, 자녀장려세제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EITC 지급금액을 최대 210만원까지 확대하고, 지급대상에 전체 자영업자 및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시켰다. 또한 자녀장려세제의 경우도 총소득 4000만원 미만으로서 부양자녀가 있는 경우 올해부터 자녀장려금을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고소득자의 세부담 증가와 저소득자의 세제지원 확대를 통해 세전·세후 지니계수의 개선효과가 미미하다는 우리나라 소득세제의 문제점을 개선해 소득세제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고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는 세부담은 줄여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2012년부터 최저한세율 인상,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축소 등 대기업 비과세·감면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2008년 이후 법인세율 인하효과의 상당부분을 상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 폐지 및 연구개발 세액공제율 인하 등을 통해 약 5000억원의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고 투자·임금증가·배당이 부진한 기업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는 등 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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