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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친구보다 컴퓨터가 나를 더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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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개성을 단편적으로 분석한 결과라는 한계도

[과학을 읽다]친구보다 컴퓨터가 나를 더 잘 안다? ▲인간은 서로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이다. 영화 '그녀 Her'의 한 장면.[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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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컴퓨터가 친구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지는 12일(현지시간) '컴퓨터가 친구보다 당신을 더 잘 파악하고 있다(Your computer knows you better than your friends do)'는 조금은 도발적인 기사를 실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보다 컴퓨터가 분석한 결과가 한 사람의 개성을 정확하게 분석한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환경에서 이용자가 어떤 이용 습관을 보이느냐를 분석하면 한 인간의 개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의 심리학자 워(Youyou Wu)와 컴퓨터과학자인 코진스키(Michal Kosinski) 박사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2014년 국내 개봉한 '그녀 Her' 영화는 이 같은 상황을 다루고 있다. 영화 속 남자는 인공지능 컴퓨터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사만다는 남자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 그동안 주고받은 메일과 메시지, 활동 반경, 좋아하는 음식 등을 눈 깜짝할 사이에 분석해 남자의 성적 취향, 인종, 가치관 등을 곧바로 파악한다. 이후 이 남자에 최적화된 운영체제로 작동한다.


워와 코진스키 박사는 "디지털 기록을 분석함으로써 영화 속 사만다는 남자 주인공의 생각과 요구 사항을 여자 친구 등 가장 가까운 친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며 "과연 현실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에 호기심이 일었고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고 연구 시작 동기를 밝혔다.


2007년 이들 두 학자의 동료인 스틸웰(David Stillwell) 심리학자의 도움으로 페이스북 앱(myPersonality)을 개발했다. 앱 사용에 동의한 이용자들은 수많은 개인 데이터를 이들에게 제공했다. 그들이 '좋아요'를 클릭하는 것에서부터 친구들 리스트까지 포함됐다. 동시에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표준적 심리 테스트를 실시하고 설문조사를 벌였다.


관련 앱이 입소문을 타면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400만명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2013년에 첫 번째 연구결과가 미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실렸다. 당시 코진스키 박사는 페스북 앱을 통해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하면 해당 이용자의 성별, 인종, 정치적 성향, 성적 취향까지 분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개방, 양심, 외향, 동의, 신경성 등 다섯 가지 개성적 특징을 보여주는 항목을 나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년 동안 이에 응답한 8만6220명을 분석했다. 1만7622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친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100개의 질문지를 집계했다.


컴퓨터의 정확성과 인간의 판단력을 비교할 수 있는 잣대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분석결과 컴퓨터가 한 특정인의 개성에 대해 예측한 결과가 평균 15% 더 정확했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12일 PNAS 온라인 판에 실렸다. 다만 컴퓨터보다 더 정확히 예측한 상대가 있었는데 바로 배우자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컴퓨터 분석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계점은 있다. 한 인간의 개성을 단편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혈액형을 두고 A,, B, AB, O형의 특징을 분석한 뒤 이를 획일화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 과학은 한 인간의 특징에 대해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변수가 무궁무진하고 딱 잘라 한 인간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개성은 고정된 틀이 아니다. 서로 소통하는 측면이 강하다. 한 인간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그 색깔을 달리한다. 현대 과학이 인간의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소통'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는 특징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영화 '그녀 Her'에서 사만다는 남자에게 최적화된 운영체제였는데 소통에는 끝내 이르지 못하고 만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은 세상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소통이 활발하면 인간의 개성은 밝다. 소통이 부재하면 침울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측면에서 페이스북의 '좋아요' 데이터와 단순한 질문만으로 한 사람의 개성을 단정해 버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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