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신년사에서 내년 경제는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질 없는 실천'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올 한해 통화정책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운을 뗐다.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통화완화 기조를 강화했지만 디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는 등 경기회복세가 미흡했었다고 언급했다.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범위를 하회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점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이 총재는 "낮은 물가상승률은 유가와 농산물 가격하락 등 공급요인에 기인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물가목표 달성만을 위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의 판단을 경제주체에게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에 난관이 적지 않다고 했다. 저출산·고령화, 노동시장 경직성, 부문간 불균형, 과도한 규제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가 소비여력을 제약하고 금융안정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경제상황에선 구조개혁에 박차를 기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구조개혁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하지만 정책방향의 설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차질 없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업, 금융기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구조개혁에 동참하고 고통을 견뎌내야만 성장의 과실을 오래 향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역점 추진 업무 분야로 ▲성장과 금융안정에 유의한 통화정책, ▲경제예측의 정확성 확보,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모색, ▲금융안정 노력과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 ▲구조개혁에 대한 진지한 연구검토를 꼽았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총재로 취임하면서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겠다고 했다"면서 "인사에 있어선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을 중시할 것이고, 이러한 약속은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경영관리시스템, 조직, 인사는 일을 잘하기 위한 하드웨어에 지나지 않는다. 하드웨어가 훌륭해도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떨어지면 전체 시스템이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이라는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우리들이 일하는 자세와 방식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임·직원들에게 "유연하고 능동적 자세로 업무에 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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