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를 마치자 마자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 '뵙고 싶어'를 군인들속에서 금지곡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사들이 가사를 왜곡해서 부르는데다 이 노래를 통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5일(현지시간)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990년대 초 보천보전자악단이 창작한 김정일 찬양가요 '뵙고 싶어'를 인민군 총정치국이 최근 금지곡으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남한 노래도 아닌 북한의 노래, 그것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를 제목까지 꼭 짚어 금지시킨 사례가 여태껏 없었기에 소식통들도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가사를 왜곡해서 부르는 것을 금지한 게 아니고 아예 노래 자체를 부르지 못하도록 지시가 내렸다"면서 "군인들 속에서 '뵙고 싶어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됐는데 그 말은 '배고프다'는 뜻을 가진 은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군인들이 '뵙고 싶다'를 외치는 이유 중엔 김정은이 시찰한 군부대에만 물고기를 선물하는 관행을 야유하는 의미도 있다"면서 "자기들도 다 같은 군인들인데 물고기를 공급하겠으면 다 같이 공급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항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의 현지시찰이라도 받으면 한 순간이나마 인간답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굶주린 군인들의 간절한 소원도 숨겨져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양강도의 군 관련 소식통은 "인민군 총정치국이 가사를 왜곡해 부른다는 구실로 '뵙고 싶어'를 금지곡으로 정했지만 그 이면엔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전했다.
군인들이 모임이나 여가시간을 통해 집단 광기를 부리며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과거 권력인 김정일에 대한 찬양의 형식을 빌려 김정은 정권에 대한 거부감을 교묘하게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이런 원인으로 군 간부들은 병사들이 '뵙고 싶어'를 부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면서 "군총정치국도 김정은에 대한 거부감이 은연중에 노래를 통해 쏟아지자 해당 곡을 금지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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