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 칼럼]루이 14세와 박근혜

시계아이콘01분 53초 소요

[데스크 칼럼]루이 14세와 박근혜 조영주 정경부장
AD

"왕은 국정에 대해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했다. 자신의 계획을 꼼꼼히 숙고해보고 확실한 결정을 내린 후에야 장관들에게 전달했다. 그의 표정은 수수께끼 같아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그의 눈빛은 여우의 눈빛과 같았다. 그는 장관들 이외의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국정을 논하지 않았다. 신하들과 이야기할 때에는 그들 각각의 권리와 의무만을 전달했다."


"대통령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반드시 지켜내는 원칙주의자다. 가능하면 대면보고 대신 서면보고를 받는다. 서면보고를 꼼꼼히 살피고 파악해 지시를 내린다. 대통령의 표정은 변덕스럽지 않다.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도 필요한 말 외에는 말을 아낀다. 그가 강렬한 눈빛으로 쏘아붙일 때에는 꼬리를 내린 강아지처럼 쪼그라든다."

전자는 루이 베르트랑이 <루이 14세>라는 책에서 루이 14세를 표현한 글이다. 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에 대해 한 측근이 전한 말이다. 18세기 초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와 21세기 초 대한민국의 '철의 여인' 박 대통령에게서 비슷한 점을 느낀다. 통치 또는 국정운영 방식에서다. 두 사람이 절대왕정 시대의 군주, 민주국가의 직선 대통령이라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는 차별성을 갖고 있음에도 말이다.


루이 14세의 권력유지를 위한 통찰력과 단호함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그의 통치 초기 재무장관이었던 니콜라스 푸케는 1661년 총리 쥘 마자랭이 죽자, 스스로 총리가 되고 싶어 했다. 푸케는 영리했고 왕의 신임도 두터워 보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푸케가 총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왕은 2인자인 총리직을 없애려고 했다. 푸케는 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왕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 왕에게 바치기 위해 직접 희곡을 쓰고 작곡을 하기도 했다. 모두들 "이렇게 훌륭한 파티는 처음"이라고 칭송했다. 다음 날 푸케는 왕의 근위대장에게 체포됐다. 석 달 뒤에는 국고횡령죄로 재판을 받고, 피레네산맥의 외딴 감옥에 갇혔다. 푸케는 그곳에 20년간 쓸쓸히 지내다 죽었다.

푸케의 후임은 장 밥티스트 콜베르였다. 콜베르는 국고에서 나온 돈을 반드시 왕의 손으로 곧장 가도록 했다. 왕은 푸케의 보르비콩트성보다 더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을 지었다. 바로 베르사유 궁전이다. 그전까지 대중을 위해 광장에서 발레공연을 열기도 했던 왕은 이제 베르사유 궁전에서 그들만의 연회를 열기 시작했다.


루이 14세를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표현하면 '카리스마 짱'인 왕이었다. 그는 과묵했다. 우유부단하지 않았고 결단력이 있었다. 신하들은 그의 속마음을 읽기 힘들었다. 어떤 행동을 할지도 예측하지 못했다. 로버트 그린은 <권력의 법칙>에서 "루이의 과묵함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겁을 먹고 그의 지배력 아래 들어가게 됐다. 그것은 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초 가운데 하나였다"고 했다.


박 대통령 역시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다. 값싸게 말하지 않았고, 한 번 내뱉은 말은 어떻게든 책임지려고 했다. 원칙을 벗어나면 가차 없이 정해진 데 따라 책임을 물었다. 그의 입술은 야무지고, 그의 눈빛은 단호하다. 그런데 카리스마 강한 대통령은 의사결정에서 함정에 빠졌다. 집무실보다는 관저에서 보고받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에게 직접 대면보고를 했다는 참모나 장관은 점점 줄어들었다.


얼마 전 '청와대 문고리 삼인방' '십상시(十常侍)' 논란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비선실세 의혹이 겹치고, 대통령 측근 간의 권력 암투까지 덧씌워지면서 청와대의 부끄러운 속살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폐쇄적인 청와대와 독단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300년 전 루이 14세는 독단적인 결정과 절대적 권력으로 한 나라를 통치할 수 있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소통과 설득, 안되면 다시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움직인다. 아직 정권은 3년이나 남았다. 현 정권이 해야 할 일은 수두룩이 쌓여 있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반대로 마음을 잘못 먹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지금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가져야 하는 마음은 국민과 소통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부 측근들에 의지하는 의사결정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조영주 정치경제부장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