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해명만…10만건 보유자료 진위여부 파악못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원자력발전소의 도면과 매뉴얼 등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원전 보안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자신을 '원전반대그룹(Who Am I)'이라고 칭한 이들은 지난 일주일간 4차례나 원전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10만건의 보유 자료를 공개하고 크리스마스인 오는 25일 '2차 파괴'를 실행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운영망이 인터넷과 별개로 구성, 사이버공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원전반대그룹과 자료 유출 경로를 추적 중이지만 아직까지 실마리는 잡지 못한 상황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원전 관련 문건이 유출된 것은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부터다. 지난 9일 한수원 임직원 이메일을 통한 악성코드 유포 공격이 있었고, 이어 15일 한수원 직원 1만여명의 개인정보가 한 블로그를 통해 공개됐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한수원은 해당 블로그를 폐쇄하고 17일 경찰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정보 유출은 다음 날인 지난 18일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원전반대그룹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에게 보낸 대통령 친서와 고리원전 1·2호기 배관계측도면 등 6건을 시작으로 19일 고리 1호기 원자로 냉각시스템 밸브도면 등 파일 9건, 21일 고리 1·2호기 공기순환장치 운전용 도면 등 4건을 추가로 공개하는 등 수위를 높였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 가운데 원전 관련 문건은 모두 19건이다.
한수원은 이 자료들 대부분이 '교육용 자료'이거나 '일반 기술 자료'라고 해명했다. 유출된 자료에는 한수원 자체 비밀세부분류지침이나 사내 전화번호부,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일본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핵종량 계산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원전 도면이 포함돼 원전 정보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원전반대그룹이 추가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10만건의 자료에 대해서 아직까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건 유출을 주도한 원전반대그룹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이들은 21일 문건 공개 메시지 끝에 "하와이에서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사용한 점이나 "자료 넘겨주는 문제는 뉴욕이나 서울에서"라고 표현하는 등 미국에 거주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 "돈은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해킹 공격에 사용된 인터넷주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전문기관 합동으로 22~23일 고리와 월성본부 업무망 보안현황과 자료유출이 원전 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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