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벤처기업들은 기업상장(IPO)에는 긍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으나 M&A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벤처기업 302개사와 벤처캐피탈 50개사를 대상으로 '벤처기업 경영실태와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은 기업상장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기업 규모확대, 투자금 선순환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62.9%로, '비상장이 낫다'(37.1%)는 의견을 크게 앞섰다.
반면, M&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소 많았다. 향후 '대기업이나 타기업이 M&A를 제의하면 검토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절반이상의 기업이 'M&A보다 자체성장을 택할 것'(51.7%)이라고 답해 'M&A를 검토해 볼 것'(48.3%)이라는 응답을 웃돌았다.
벤처기업 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도 M&A보다 상장을 선호했다. 선호하는 투자금 회수방법으로 벤처캐피탈의 66.0%가 '상장'을 꼽은 가운데 'M&A'를 꼽은 기업은 20.0%에 머물렀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국의 벤처캐피탈은 상장보다 M&A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인 언스트영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 벤처캐피탈의 투자금 회수건수에서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 91.3%, 미국 85.5%, 중국 57.1%로, 상장을 통한 회수비중을 크게 앞섰다. 특히 벤처산업 육성의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이스라엘도 M&A를 통한 회수비중이 83.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모두 M&A에 대해 소극적인 것은 벤처생태계의 자금순환 통로가 협소함을 의미한다"면서 "기술ㆍ인력 탈취의 우려나 최후의 구조조정 수단이라는 인식을 불식하고 전문 컨설팅ㆍ거래소 조성 등 인프라 확충과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을 통하여 M&A를 투자금 회수와 기업성장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들이 창업 후 영업이익을 내기까지 소요됐거나 예상하는 기간으로는 '1~3년 미만'(45.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3~5년 미만'(27.2%), '1년 미만'(16.2%), '5~7년 미만'(5.6%), '7~10년 미만'(5.3%) 등의 차례였다.
벤처기업이 창업후 겪는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은 '자금조달'(47.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판로개척'(23.8%), '기술개발 및 기술의 사업화'(15.9%) 등을 차례로 꼽았다. 그러나 창업 후 성장할수록 자금난을 호 소하는 기업은 줄어드는 반면 판로애로 기업은 창업기(19.2%), 성장기(25.0%), 성숙기(25.7%)를 거치며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은 가장 선호하는 자금조달처로 '정부정책자금'(77.5%)을 꼽아 여전히 공공부문에 크게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엔젤투자ㆍ벤처캐피탈'(11.9%), '일반은행' (10.3%), '회사채ㆍ주식 매각'(0.3%) 등은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정부의 벤처육성정책 이후 벤처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벤처창업이 활발해지는 등 선순환하는 벤처생태계 구축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벤처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고 이에 대해 정부의 지원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은 완화돼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다수 벤처캐피탈은 투자처 선정 시 기업가정신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운데('기업가정신 고려한다' 98.0%) 투자결정 요소로 '경영자의 자질'(50.0%)과 함께 '해당기업의 실적ㆍ기술력 등 객관적 데이터'(44.0%)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벤처캐피탈은 투자처로 창업후 5년 이상된 기업을, 투자기간은 5년 미만을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기업의 업력별 투자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5~10년 미만'(52.0%), '5년 미만'(42.0%), '10년 이상'(6.0%) 순으로 전체 투자자의 58.0%가 '5년 이상'된 기업을 선호처로 꼽았다. '투자처별 평균 투자기간'에 대해서도 '3년 미만'과 '3~5년 미만'이 각각 44.0%로 응답자의 88.0%가 투자기간이 5년 미만이라고 답했다.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정책과제로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들은 '자금지원'(60.2%)을 첫 손에 꼽았고, 이어 '규제완화 등 인프라 개선'(16.5%), '판로지원'(12.8%)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벤처생태계의 자금 선순환을 위한 과제로는 '상장요건 완화'(40.0%), 'M&A 활성화'(34.0%),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26.0%) 등이 필요하다고 벤처캐피탈은 지적했다. 세컨더리 펀드(secondary fund)란 벤처캐피탈과 엔젤이 보유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펀드로서 벤처캐피탈의 투자자금 회수를 돕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민간자본 주도의 벤처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상장요건 완화, M&A환경 개선,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수단을 다양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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