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최근 홍콩에서 열린 미술경매에서 우리나라 단색화 계열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2~23일 열린 홍콩 크리스티에 처음 등장한 단색화 작품들이 2억대에 팔렸고, 이어 개최된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도 경합이 이어지며 3억원대에 판매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22~23일 양일간 진행된 홍콩 크리스티 '아시안 20세기와 동시대 미술' 경매에서 총 31점의 한국 작품이 나온 가운데 28점이 판매돼 90%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총 판매액은 4625만5000홍콩달러로 우리돈 66억4000만원에 달한다.
홍콩 크리스티에 처음 선을 보인 '단색화'의 주요 작가 윤형근과 정상화의 작품은 추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우리돈 2억원대에 판매되며 선전했다. 정상화의 '무제 96-5-2'는 160만홍콩달러(약 2억3000만원), 윤형근 '엄버 블루(Umber-Blue)'는 148만홍콩달러(약 2억1200만원)에 팔렸다.
또한 이번 경매에서도 한국의 오방색(五方色)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색감을 완숙하게 표현한 작가 김환기, 일본의 획기적 미술운동인 모노파의 이론과 실천을 주도하고 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 이우환과 매스미디어라는 현대 문명의 산물을 예술 매체로 끌어와 관객과의 소통을 추구했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등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고가에 팔려나갔다. 김환기의 1958년작 '무제'는 열띤 경합 끝에 784만홍콩달러(우리돈 약 11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우환의 1978년작 '점으로부터'는 544만홍콩달러(약 7억8000만원)에, 1985년작 '동풍'은 604만홍콩달러(약 8억6000만원)에 각각 판매됐다. 백남준의 작품 '마샬 맥루한'은 412만홍콩달러(약 5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어 24일 개최된 서울옥션의 '제14회 홍콩경매'에서도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등 한국 단색화 작품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정상화의 ‘무제 82-9-30’은 추정가 70만~90만홍콩달러에 출품돼 낮은 추정가의 4배에 가까운 277만2000홍콩달러 (약 3억9600만원)에 중국인 컬렉터에게 판매돼, 정상화 작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정상화의 또 다른 작품 1997년작 무제 2점 세트 작품은 정가의 3배 이상인 265만7000홍콩달러 (약 3억8000만원)에 팔려 작가 기록 2위를 경신했다. 윤형근의 ‘무제’ 역시 추정가의 2배 이상인104만7000홍콩달러 (약 1억 4900만원)에 낙찰됐다. 다른 단색화 작가들 중 하종현의 ‘접합 84-80’은 추정가의 3배 이상인 75만9500홍콩달러(약 1억800만원)에 열띤 경합 후 판매됐고, 박서보의 ‘묘법No.060710’은 49만5000홍콩달러(약 7000만원)에 팔렸다.
이외에 한국의 근현대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가는 731만4500홍콩달러(약 10억원)에 판매된 김환기의 1970년 점화 ‘25-V-70 #173’다. 김창열의 1977년작 ‘물방울’은 403만7000홍콩달러(약 5억7800만원)에 낙찰돼 두 번째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박수근의 1960년대 작품 ‘고목과 여인’은 507만2000홍콩달러(약 7억2600만원)에, 이우환의 1980년작 ‘선으로부터’는 208만2000홍콩달러(약 2억9800만원)에 판매됐다.
이번 서울옥션의 홍콩경매 판매총액은 6992만 홍콩달러(우리돈 약 100억1300만원)으로, 해외작품을 포함한 전체 71점 중 48점이 판매돼 68%의 낙찰률을 보였다.
이학준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이사는 “이번 경매는 한국 작가들에 대한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이는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한국 미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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