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지금 집 사면 낭패를 본다."
2006년 11월 청와대는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서민들은 조금 기다렸다가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 후 거짓말처럼 집값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주택시장은 긴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원인은 국내보다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있었다.
물론 부동산값이 폭등하자 수년 동안 수도권과 지방의 마구잡이식으로 대량 공급한 아파트가 미분양의 부메랑이 돼 상황을 더 어렵게 했다.
어쨌건 2년 만에 집값이 폭락했으니 당시 청와대의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잇따른 부동산대책으로 주택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일에는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간신히 살려놓은 부동산 불씨가 다시 꺼질 수 있다'며 부동산 규제와 관련한 핵심 법안을 국회가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 등에 힘입어 지난달에는 주택거래량이 8년 만에 최대치인 10만9000건을 기록했다"며 "주택시장 거래가 활발하고 정상화되는 과정인데도 시장이 다시 침체로 빠진다는 등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언론의 비협조 내지는 과장'이 강조되자 국토교통부가 바빠졌다. 급기야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의 채미옥 부동산연구원장이 20일 국토부 기자실을 찾았다.
채 원장은 "최근 주택시장에 대해 통계를 근거로 진단한 결과 주택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로 전환되고 있고 매매와 전세, 월세거래 모두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중장기 주택시장 확장 여력도 충분하다"고 했다.
주택시장 신규수요가 확장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도 했는데 이는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전세 수요가 곧 매매수요로 전환되리라는 전망이다. '집을 살 때가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국을 취합하거나 평균 낸 통계와 달리 소비자들은 국지적이고 개인적으로 접근해 판단하기 마련이다. 감정원 통계로 올 10월까지 전셋값은 2.82% 올랐지만 10월에 아파트 전세를 재계약한 상당수 세입자가 보증금을 수천만 원씩 올려줘야 했던 게 현실이다.
또한 매매가격도 서울의 한강 이남 아파트로 국한해보면 22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불과 몇 년 전 극심한 침체기를 겪은 세대들은 물론 내 집 마련에 소극적인 청장년층에게 정부의 장밋빛 해석이 얼마나 먹혀들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비자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이상 움직임이나 금리인상 여부 등 거시경제 흐름을 살펴보며 집을 사야 할지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