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응진편수진(應盡便須盡)'.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원장직을 내려 놓으며 남긴 말이다. 도연명의 시(詩)에 나오는 구절로, '물러날때는 깨끗하게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이다. 지난 1년8개월간 금감원장으로서의 소회와 아쉬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한국 금융과 금융감독에 대해 언급하기 보다는 그간의 소회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임사를 시작했다.
최 원장은 먼저 "그간 연이은 금융사고들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후진적인 금융사고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질서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에 대한 따가운 눈총,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 등 파열음이 많았다"며 "이처럼 요란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 원장은 "금융시장과 산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고, 금감원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 소리가 나는 것은 우리가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연의 시간"이라며 "규제, 검사, 제재를 책임지는 감독당국이 참고 견뎌내야만 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평가는 직원들 몫으로 남겼다. 그는 "제가 금감원에 있었던 시간 동안,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냉철하게 평가하기 바란다"면서도 "저는 곧 잊혀지겠지만 금융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저의 꿈과 열정은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언급했다.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최 원장은 "세상 살다보면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하고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며 "모두 다 대한민국 금융과 금융감독을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니 널리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저는 그동안 공직자로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며 "지금부터는 제가 받은 혜택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돌려 드려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려 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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