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내년이면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된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은 정치사회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 격차도 갈수록 벌어졌다. 북한의 물가를 남한의 물가와 비교한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끈다.
16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펴낸 '통계를 이용한 북한 경제 이해'에 수록된 '북한 가격 및 환율 동향과 가격수준 국제비교(문성민 연구원·북한경제연구실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가격은 '국정 가격'과 '시장 가격'으로 이원화 돼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인 만큼 국정 가격은 계획 당국이 결정한다. 시장 가격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이다.
국정가격은 지난 2002년 7월1일 북한이 시행한 경제개혁인 '7.1조치'에 의해 크게 변경됐다. 1990년대 쌀은 kg당 8전(0.08북한원)이었지만 7.1조치 후 550배 인상해 44북한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밖에 옥수수도 6전(0.06북한원)에서 24북한원으로 400배 뛰는 등 곡물가가 급격히 높아졌다.
보고서는 가장 대표적인 생필품인 쌀을 토대로 남북한의 물가 수준을 비교했다.
2012년 12월 기준 북한의 쌀값은 국정 가격으로는 21.6%, 시장 가격으로는 39.4%에 불과했다. 7.1조치로 곡물가가 상승했지만 북한의 소득수준이 워낙 낮고 남한의 쌀값이 국제 쌀 가격에 비해 높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쌀을 포함해 여러 제품의 가격을 종합한 남북한 상대가격수준 지수를 보면, 남한 가격 대비 북한 국정 가격은 20.2%, 시장 가격은 26.9%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러나 디젤유와 휘발유는 남한대비 북한의 국정 가격이 3000%가 넘는다. 남한에 비해 기름 값이 30배가 넘게 든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디젤유의 시장 가격은 남한가격과 비슷한 120%"라며 "상대가격수준 지수의 편차가 큰 것은 북한의 국정 가격이 시장상황을 반영하기보다 정책당국의 목적에 따라 결정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북한 국정 가격이나 시장 가격 모두 남한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면서도 "정보 부족 등으로 북한 가격을 남한의 일정 수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쌀의 북한 시장 가격은 국제 곡물시장의 쌀 가격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급상황도 반영되고 있다"며 "북한이 시장경제 원리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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