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재해특약' 해석 쟁점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2010년 수정 전까지 보험사 표준약관 재해사망 특약)'
보험사가 "피보험자가 자살할 경우 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채무 부존재 소송을 낸 가운데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보험사의 표준약관에 있는 자살관련 한 문장이 판단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5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10개 생보사는 최근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거부를 결정하고 각 사별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와 자살 보험금 피해자들은 소송단을 모집하는 등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자살 사망 보험금 소송에서 법리적 다툼이 예상되는 부분은 표준약관의 자살보험금 관련 규정이다. 지난 2010년 4월 관련 약관을 고치기 전까지 보험사들은 '표준약관'을 함께 썼다. 이 약관의 '재해사망 특약'에는 가입만 하면 2년이 지나 자살해도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피해자 측은 이를 모든 자살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떠한 자살이건 모두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관 규제법상 계약 문구가 모호할 경우 소비자에게 유리하고 보험사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도 근거로 든다.
반면 보험사들은 이 문장이 '재해특약'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해특약은 재해로 인한 인과관계가 입증된 사고에 적용된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자살한 사례에서 흥국생명이 교통사고 사망에 준하는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교통사고 등 재해가 자살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 입증돼야만 사망 보험금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판례는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은 자살 사망 보험금 사건 세 건 중 두 건은 보험사의 편을 들고, 한 건은 소비자의 편을 들었다. 2007년 교보생명의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에 가입된 사람이 가입 후 2년이 지나 전철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에서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009년 피보험자가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의 '대한변액종신보험'가입 후 2년 뒤 투신자살했지만 이에 대한 보험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듬해에도 축협공제를 상대로 유사한 판결을 했다.
관련 법조계에서는 보험사의 패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보험법 전문가 박기억 변호사는 "약관규정을 그대로 따른다면 가입자편이 훨씬 유리하다. 표준약관에 명시된 것은 가입자가 지급사유를 혼동할 수 있게 적혀 있다"면서 "해외사례에서 프랑스ㆍ독일ㆍ미국ㆍ영국도 기간만 1~3년 간 보험사의 면책기간을 줄 뿐 자살도 사망 보험금을 주도록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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