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KB사태'와 더불어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날 의원들은 보험 약관을 무시하고 자살한 고객들에게 재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07년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보험가입 2년 후 자살시 재해사망특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한 바 있다"며 "금감원과 소비자원은 물론, 대법원 판례도 관련 법령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을 한 사항인데, 왜 (보험금)지급을 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사를 대표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기흥 ING생명 부사장은 "회사의 기본 입장은 보험 약관 문구의 해석에 대해서 학계와 법원과의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객관적인 법적 판단을 받아서 처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보험 약관에 자살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약관이 있나, 없나"고 되물었고, 이 부사장은 "약관에 문구는 있다"면서도 "주 보험과의 상충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법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또 다시 김 의원이 "약관을 기재해 놓고 실제로 일이 벌어지고 지급할 돈이 많다보니, (보험사가)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찌하겠는가,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라고 강하게 질타하자, 증인석에 서 있던 이 부사장은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의원은 "이는(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 기업의 이기주의이자, 탐욕스러운 자본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며 "ING생명은 사회 규범을 지키고 소비자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미지급 보험금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당 이학영 의원도 "자살 관련 보험 상품을 팔았던 보험사가 '약관 실수'라고 발을 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무시하고 소비자를 기만한 사기행위"라며 "보험사들이 고객을 기만하면 금융회사 자격을 박탈할 정도로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수현 금감원장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대해 특별검사를 준비 중에 있다"며 "보험사들의 소송을 인위적으로 강제할 순 없어도, 피해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ING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재해사망특약 가입 2년 후 자살한 고객들에 대해 수백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 기관주의 조치와 함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17개 보험사의 2647건, 금액으로는 2179억원이며 4월말 현재 재해사망 특약 건수는 282만건에 이른다. 미지급 자살사망보험금 보유 금액 기준으로 ING생명이 471건에 65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생명이 713건에 563억, 교보생명이 308건에 223억원 등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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