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이후 14곳 상장 연기…커지는 경기둔화 우려에 조정론 확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성장둔화, 미국 양적완화 종료 등 악재가 겹치면서 IPO 시장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초 기술주 급락 사태가 진정되고 미 증시 상승세가 가시화하면서 기업 상장이 봇물을 이뤘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난달 미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단행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경제의 성장둔화 우려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주요국 증시에 조정론이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역전됐다. 미 양적완화 종료가 이달로 다가온 데다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우려가 불거지는 것도 악재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후 북미에서만 14건의 상장이 연기됐다. 대다수 기업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IPO 연기의 이유로 들었다.
우려를 무릅쓰고 IPO에 나선 기업들의 성적도 좋지 않다. 자료제공업체 이프레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상장한 기업들 가운데 40%는 공모가가 목표보다 낮게 책정됐다. 같은 기간 기업의 상장 첫날 평균 주가 상승률은 4.5%로 올해 평균 14.6%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주 미 증시에 상장한 영국 통신업체 자요그룹의 공모가는 주당 19달러(약 2만원)로 정해졌다. 당초 예상 범위 21~24달러를 밑돈 것이다. 지난 17일 런던 증시에 데뷔한 명품 구두업체 지미추는 투자심리가 예상보다 못하자 희망 공모가 범위를 낮춰 잡았다.
올해 전체로 놓고 봐도 상장한 기업들 중 공모가가 목표가를 밑돈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이는 1995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경기회복 분위기로 올해 IPO 시장이 최대 호황을 이룰 것이라던 투자자들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달 고점 이후 지금까지 3% 빠졌다. 같은 기간 영국과 독일 증시도 각각 7% 넘게 하락했다. 엔저에 힘입어 상승하던 일본 증시 역시 한 달 사이 6% 떨어졌다.
유럽의 장기 경기 침체론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주요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당분간 대어급 상장도 예정된 게 없어 글로벌 IPO 시장의 분위기가 쇄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존 댈리 미 주식자본시장 대표는 "IPO 수요가 많지만 상당수 기업이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때까지 상장을 미룰 것"이라면서 "지난주 미 증시가 9월 이후 처음 반등했는데 현재로서는 이것이 오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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