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 용역 수행 중인 박재현 인제대 교수, 연관성 의심받던 석촌지하차도 동공 민간조사단에도 참여...연구 윤리 위반 및 석촌지하차도 조사 결과 신뢰 논란
제2롯데월드의 '수상한' 안전 점검 용역 발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 측이 최근 비판·문제제기에 앞장섰던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주도하는 대한하천학회에 5억원짜리 용역을 줘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실제 이 용역을 수행 중인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지난 8월 중순 발생해 제2롯데월드 공사와의 연관성을 의심받던 석촌지하차도 땅꺼짐(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결성된 서울시 민간조사단에도 참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시 안팎에선 해당 교수의 연구 윤리 논란 및 진상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는 지난 8월13일 석촌지하차도 입구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현장을 조사하던 중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 대형을 비롯한 총 7개의 동공이 추가로 발견되자 대학교수·엔지니어 등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석촌지하차도 동공 민간 조사단'을 꾸렸다. 이 조사단은 이후 10여일간의 조사를 통해 8월28일 석촌지하차도 땅꺼짐 발생은 지하철 9호선 굴착 공사 때문이라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민간조사단에 포함된 박재현 교수가 대한하천학회 소속으로 당시 제2롯데월드 안전 점검 용역을 수행 중이었다는 것이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로 인한 석촌호수 수위 저하·지하수 수위 감소에 따른 지반 침하 등 주변 지역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7월 초·중순께 한국지반공학회·영국 엔지니어링 전문 Arup사에게 안전 점검 용역을 준 뒤 7월 말 대한하천학회에 추가로 용역을 발주해줬으며, 박 교수는 이 학회 소속으로 용역수행팀을 맡아 연구 중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석촌지하차도에서 대규모 땅꺼짐이 무더기로 발견되자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와의 연관성 여부에 세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때였다.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 와중에서 대규모의 지하수가 유출돼 석촌지하차도 지하에 동공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송파구 일대 주민들이 불안에 떨던 시기였다.
이런 점에서 롯데 측으로부터 거액의 안전 점검 용역을 수주받아 연구 중이었던 박 교수가 조사 결과에 따라 제2롯데월드 공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석촌지하차도 땅꺼짐 민간 조사단에까지 참여한 것은 연구 윤리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교수의 민간 조사단 참여는 제2롯데월드와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서울시의 석촌지하차도 동공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민간조사단을 꾸렸던 시 실무 책임자는 "2년 주기로 선정되는 시 기술심사위원들에게 자문을 구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수소문, 민간조사단을 꾸렸는데 박 교수가 제2롯데월드 안전점검 용역을 수행 중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고 지금 들어서 알았다"며 "민간 조사단이 한두 명으로 구성된 것도 아닌데 박 교수가 용역을 수행하던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전체 조사 결과에 특별한 영향을 미쳐 왜곡시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외부에선 석촌지하차도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반응이다. 장동엽 참여연대 간사는 "제2롯데월드 용역 수행 중 석촌지하차도 민간 조사단에 합류했다는 것은 의혹을 충분히 제기할 만한 것으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본다"며 "본인이 알아서 빠지든가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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