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아우디 정비공장은 이미 대체 부지 후보지를 찾아 놓은 상태라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이전해 가야할 곳 주민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으니, 제가 좀 재촉하지요.”
서울 내곡동 보금자리 아파트 주민들과 이곳에 정비공장을 지으려던 아우디코리아 측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직접 팔 걷고 나섰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낮 서초구 내곡지구에 ‘현장시장실’을 열고 조은희 서초구청장, 서울시 주요 실국장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뒤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아우디 정비공장 이전을 자신했다.
박 시장이 민선 5기 때부터 만들어 운용 중인 현장시장실은 서울시내 25개 자치단체구 중 20곳에서 열렸지만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초구에 차려지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의 분위기는 곱지 않았다.
주민이라고 밝힌 40대 박모씨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건축허가 취소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아우디 측이 대형 로펌을 앞세워 항소하고 주민 개개인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와 협박을 하는 통에 어느 날 또 갑자기 공사를 강행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안모씨는 “수많은 자동차가 드나들어야 하고 도색이다 정비다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허가가 난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아우디코리아의 딜러인 위본모터스 역시 법규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해 오다 이 같은 상황에 부딪히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이날 현장에는 아우디 협력업체 직원 50명이 나와 “무책임한 민원개입 민간기업 다죽인다” “대체부지 해결만이 서로가 살길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박 시장은 예정된 일정이 끝난 후 다시 이곳에 들려 공사가 중단된 건물 내부를 10여분간 둘러보기도 했다.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박 시장은 주민과 업체가 함께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서울시로서는 주민 반대 속에 공장 설립을 바라만 볼 수도 없고 이전해 갈 다른 지역을 물색해주기도 어렵다.
박 시장은 “부지 이전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부지 이전에 따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공사가 중단된 건물은 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 “부지 이전에 따른 비용부담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등이 간단하지 않으니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덧붙였다.
서초구의 정비공장 건축허가가 위법이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이 지난 7월 나온 후 현장을 찾은 박 시장이 복잡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지에 안팎의 관심이 높다. “박 시장이 적극 나서준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주민의 얘기는 박 시장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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