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전부터 지인서 연인으로…아시안게임서 金따면 공개하기로 약속
[고양=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방송인 왕배(30·본명 김왕배)가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총총 걸음으로 관람객 출입구를 지나 경기장 복도를 향했다. 멀리서 전희숙(30·서울시청)이 다가왔다. 경기복도 갈아입지 않은, 우승의 감격을 간직한 모습 그대로. 두 사람은 진한 포옹을 했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희숙은 2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팀은 중국을 32-27로 물리쳤다. 전희숙은 이 우승으로 지난 21일 개인전 우승에 이어 대회 2관왕이 됐다. '영광의 상처'도 있었다. 21-16으로 앞선 상황에서 중국의 첸빙빙(22)의 칼에 찔려 오른손 새끼손가락 바깥쪽이 찢어졌다. 경기 중에는 승부에 집중하느라 몰랐지만 다 끝나고 나니 참기 어려운 고통이 몰려들었다. 꿰매야 할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뼈에도 손상이 갔을지 몰라 25일 오전에는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했다.
전희숙은 붕대로 감은 손을 남자 친구에게 보여줬다. 왕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괜찮냐"고 묻자 귀여운 투정이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왕배는 연인의 손을 어루만지더니 말없이 어깨를 다독였다. 그는 "많이 힘들었을 텐데 뿌듯하고 대견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매우 기쁜 일"이라며 축하했다. 그들은 주위의 애정 어린 시선 속에서 밝고 따뜻한 모습으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
동갑내기 방송인과 스포츠 스타의 열애 소식에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희숙은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당당하게 연애 사실을 밝혔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단에는 하루 종일 두 사람의 이름이 올랐다. 경기를 중계한 텔레비전 화면에도 응원하는 왕배의 모습이 수시로 전파를 탔다. 왕배는 "편한 마음으로 교제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많은 관심이 쏟아지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연인으로 발전한 기간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왕배는 "오래전부터 친구로 알고 지낸 사이다. 약 5개월 전부터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교제를 시작한 시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굉장히 착한 친구다. 나는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사석에서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여러 모로 의지가 된다"고 덧붙였다. 연중 270일 이상을 합숙하는 여자 친구와의 교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왕배는 그런 연인을 위해 틈틈이 태릉선수촌을 찾아 보양식을 챙겨주는 등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희숙은 "내가 투정을 많이 부리는 성격인데 짜증내지 않고 잘 받아준다. 힘든 훈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준다"며 공을 돌렸다. 짧은 만남을 뒤로한 그는 "시상식과 인터뷰가 있어 빨리 가봐야 한다"며 꼭 잡은 남자 친구의 손을 마지못해 놓았다. 마침 축하를 위해 다가온 조카 두 명을 발견한 그는 아이들을 번쩍 안아주면서 "언니가 낳은 아이들인데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쉽게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그의 눈길은 조카들과 왕배 사이를 오갔다.
결혼 계획을 물었다. 전희숙은 "아직 리우올림픽이 남았다. 결혼은 그 이후에 생각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왕배는 아무 말 없이 알쏭달쏭한 웃음을 짓다가 바삐 자리를 뜨는 여자 친구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한편 왕배는 2002년 남성 3인조 그룹 '보이스립'의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2005년에는 첫 솔로앨범 '리듬&뮤직(Rhythm&Muse)'을 발표했다. 현재는 MBC '섹션TV연예통신'을 비롯해 JTBC '닥터의승부', KBS1 '대한민국 행복발전소', MBC 'TV특종, 놀라운 세상' 등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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