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이 제보자 신원보호 소홀히 한 점 인정…1500만원 배상"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시동생의 범죄사실을 제보했다가 경찰의 실수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가정이 파탄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원정숙 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시동생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더 이상 나쁜일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이를 경찰에 제보했다.
A씨는 경찰에 관련 자료를 보내면서 남편 및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자신이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A씨의 시동생은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와 추징금 1억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재판 도중 시동생의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열람하던 과정에서 이 사건 제보자가 피고인의 형수인 A씨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A씨는 남편과 별거를 하게 됐고, 시댁 식구들로부터 시동생에게 부과된 추징금을 대납하라는 요구와 함께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원 판사는 "수사기관은 제보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의 사생활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제보자인 원고의 정보가 공개되도록 해 해당 의무를 위반했다"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내사보고서 제출이 필수적이고, 이에 대한 열람·등사를 통해 제보자가 A씨라는 것을 변호인 측이 추측해 낸 것이기 때문에 과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 판사는 "내사보고서가 유죄 입증에 필수적인 증거라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증거로 제출돼야 할 서류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정보는 열람·등사가 제한돼야 하는데 이런 조치를 다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제보 사실이 알려져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다"며 "남편이나 시댁 식구로부터 배척당하고 경제적·육체적으로도 피해를 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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