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표·통계 데이터 술술 외워
[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여권 대권주자 1위로 손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요즘 '숫자'에 푹 빠져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각종 회의와 연설에서 경제 통계 수치를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요즘 숫자 공부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15일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찾아 아시안게임이 주는 경제유발효과를 거론하면서 관련 수치를 줄줄이 읊었다. 생산창출 10조6000억원, 고용유발 효과는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국가부채 규모를 놓고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대표가 최 부총리에게 "우리나라 적자 규모가 GDP 대비 몇 %냐"고 묻자 최 부총리는 "35.8%"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새로운 계산법에 의하면 60%가 넘는다고 한다"면서 "정부의 새로운 계산법을 작년에 만들지 않았나"고 추궁했다.
이어 이날 열린 부산시와의 당정협의회에서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하역 가능 수치를 싱가포르와 비교, 세세하게 지적하며 서병수 부산시장의 진땀을 빼놓기도 했다.
또 지난 2일 당 사무처 월례조회에서는 이승진 여성국장을 지목해 일본 출산율이 얼마인지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이 국장이 답변을 못하자 김 대표는 "일본은 1.34%, 우리나라는 1.18%이다. 당신은 여성국장 자격이 없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대표의 '숫자 강박'에 대해 "차기 대권 주자로서 경제전문가, 민생지도자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민생과 경제가 더 부각된 만큼 그 같은 이미지 구축 전략은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대표는 16일 열린 당내 최대 규모 모임인 '통일경제교실'의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당 대표가 돼 모든 일에 초연해야 하기 때문에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면서 후임 회장으로 강창의 전 국회의장을 지목했다.
통일경제교실은 올해 2월 김 대표 주관으로 의원들 간의 공부모임으로 출범했지만, 출범 당시 공부모임에 당 소속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대거 참석하는 진풍경을 보여 친박계로부터 '세과시용 모임'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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