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물리고 온가족 둘러앉아 사회이슈 한판승부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 "누구는 취직했니?", "누구는 왜 결혼 안 하니?"라는 질문을 던졌다가는 집안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쯤이야 이제 다 알테고. 밥상머리 화제는 뭐니뭐니 해도 돈, 연예인 그리고 정치 즉 '남 이야기' 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넉넉한 한가위, 밥상 위에 올려 자근자근 씹어줄 사람들, 올해도 어김없이 풍성하다. 올 추석 화제의 인물 10명을 놓고 벌어지는 3대 가족의 차례상머리 '뒷담화'를 들어보자. 물론 가상으로 만든 이야기다.
①'朴地不動' 대통령 박근혜
차례를 끝내고 밥상에 앉은 김버럭 할아버지(73)께서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한 말씀 하신다. "아 왜 야당하고 유가족들은 대통령을 못살게 구는 거야. 박근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세월호가 박근혜 때문에 가라앉았나." 밥상머리 가족 정쟁(政爭)이 또 이렇게 시작되나. 다들 머리를 박고 외면하려던 차에 자칭 중도좌파 장남 김불만 씨(50)가 응수한다. "대통령이 자기한테 최종 책임이 있다고 그랬잖아요. 약속을 지켜야지. 가족들 만나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참 매몰차기도 하지. 그러니까 욕먹는 거에요." 음, 이건 아닌데. 박 대통령이 그러질 않았나. "사회의 분열을 막고 온정 넘치는 추석이 되라"고. 3년 전 퇴직금 챙겨 편의점 차린 차남 김장수 씨(47)가 끼어든다.
②'막Go경환' 경제부총리 최경환
"최경환이 부총리 돼서 경제가 좀 살아난다는데 대기업만 살아나나, 어때요 형님 회사는?" 대기업 부장 김불만 씨 "기대감은 좀 있지, 그치만 좀 더 있어 봐야 하지 않겠어? 어차피 정부가 나서서 살릴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수출기업은 잘 된다는데 우리는 내수쪽이라 내수가 살아야 돼. 기업 이익에 세금 붙이는 거 그런 게 좀 도움이 되려나 모르겠다." 김장수 씨 "에이, 그거 뭐 주식 많은 사람들 이야기지,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한테 뭐 영향이나 있겠어요?"
③'세금냈숑' 배우 송혜교
"그러니까 세금 안 내는 부자들이 문제라니까요. 송혜교 봐요, 그러면서 무슨 서민들한테 세금 잘 내라고…." 난데없이 끼어든 골드미스 김예능 씨(40).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오나 싶기도 하고 뭐 조금 관련 있는 것도 같고. '뭐라고 대꾸해야 하나' 고민하는 가족들의 침묵을 틈타, 김버럭 할아버지가 기회를 잡았다.
④'황당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영선
"그 박영선이는 유가족들한테 끌려다니면서 새누리하고 합의한 거 계속 깨고. 아니 법을 유가족들하고 만드나. 뭐 유가족 위하는 척 하지만 그거 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지. 그렇게 국민들 생각을 모르니까 민주당 지지율이 그 모양인거야." 육적을 썰어 가져오다 분위기를 파악한 정당당 씨(48), 맏며느리 20년차의 내공으로 "아이고 아버님, 그거 유가족 원하는 것도 들어주고 해야지 그냥 안 된다고만 하면 자식 잃은 부모들이 가만 있겠어요? 근데 아버님, 김무성이 대통령 나오면 찍으실 거예요?"
⑤'대권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김무성이 대통령 나온다고 했나? 안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김불만 씨)" "지금 조사하면 1위 하던데….(김장수 씨)" "아니 지금 박근혜가 된 지 1년 반밖에 안 됐는데 무슨 벌써(김예능 씨)" "김무성이 그 사람은 대통령 감은 되는 거냐?(김버럭 할아버지)" 맏며느리 정당당 씨의 마무리.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군대 문제 이거 해결해야 된다니까요. 큰애도 좀 있음 군대 가야하는데, 어디 불안해서 보내겠어요?"
⑥'막장군대' 고(故) 윤모 일병
유일한 현역 출신 김장수 씨, "그거 소대장, 중대장이 아니라 별들까지 싹 다 옷 벗겨야 돼, 그래야 해결돼. 애들한테 때리지 마라 뭐 그렇게 교육시킨다고 될 일 같으면 벌써 됐지. 그러고도 국방부 장관이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 그게 말이 돼?" 중도좌파 김불만 씨, "그것도 대통령 책임 아니고 장관 책임도 아니고 가해자들 책임이라잖아. 그러면 대통령 책임은 뭐야 도대체."
⑦'민식대첩' 배우 최민식
천만관객 돌파 소식에 '안 보면 뒤떨어진 사람' 취급 받을까 두려워 극장 다녀오신 김예능 씨, "그러니까 이순신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잖아요. 박근혜도 명량, 아니 '명리양' 봤다는데 좀 배우지, 왜 그렇게 못하는지." 조용히 밥만 먹던 손자 김재수 군(19), 아는 이야기 나오자 한 마디 거든다. "고모, 솔까(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명량 재밌어요? 걍(그냥) 전투신만 볼 만하지 내용은 걍 그렇잖아요. 최민식이 연기 잘하니까 봐주는거지 영화는 솔까 별로다."
⑧'답답세월' 세월호 유가족
식사는 끝나가고 조금 있으면 아들들 처가에 가느라 급히들 나갈 텐데, 김버럭 할아버지가 가장 관심 있는 정치 이야기로 복귀를 시도한다. "그나저나 유가족 그 사람들 추석인데 아직도 청와대 앞에 있나? 참 안됐어. 아무리 그래도 거기 앉아서 대통령 나오라고 하면 또 대통령이 어떻게 나가. 거 좀 말이 되는 요구를 해야지, 원."
⑨'조커현진' 야구선수 류현진
벌써 밥 다 먹고 배 두 조각까지 해치운 김재수 군, 일어날 궁리만 하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을 뱉는다. "아, 지금 엘에이다저스 야구하는데, 오늘 류현진 나왔나?" 차남 김장수 씨 "류현진 나왔어? 티비 틀어봐. 야구 보고 처가 가야 하나. 길 막힐 텐데. 차에서 디엠비로 볼까?"
⑩'연쇄철수' 국회의원 안철수
요새 사람들 세상 보는 눈이 궁금해 이것저것 묻고 싶었던 김버럭 할아버지, 무심한 척 지나가는 말로 던져본다. "근데 안철수는 어디 갔어. 뭐 시끌벅적 뭐 한다고 야단이더니 선거 지고 쏙 들어갔네." 김불만 씨 "이제 진짜 철수했나 보죠 뭐, 하하. 여보 우리도 철수합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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