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아프리카를 품기 위한 적극 구애에 나선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선 4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사흘간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처음으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아프리카에서 정상급 인사만 무려 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케냐출신 아버지를 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아프리카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마련한 것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포석이다. 미국이 한동안 아프리카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후순위로 미뤄둔 틈을 타서 중국은 이 지역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대규모 원조를 앞세워 ‘차이나 붐’을 일으킨 지 오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취임 직후 아프리카 순방에 나서 200억달러(20조7600억원)의 차관제공을 약속하며 환심을 샀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최근 경제위기와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인해 중국처럼 통 크게 실탄을 마련할 여유가 없다. 더구나 미국-아프리카간 최대 교역 품목 중 하나인 원유 수입도 급감하고 있다. 파이내셜타임스(FT)는 4일 미국의 셰일 가스 개발로 인해 아프리카 원유 수입규모가 6년전 1000억달러 수준에서 올해 150억달러까지 줄어들 전망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관심은 미국이 중국과는 얼마나 차별화된 선물 보따리를 풀 것인지에 모아진다. 일단 미국은 일방적인 원조보다는 투자와 무역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원조는 결국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을 노리기 위한 단기 공세임을 부각시키면서 장기적인 공동 발전방안으로 아프리카의 마음을 끌어보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대회기간 200여개의 양측 기업들이 참가하는 ‘미-아프리카 포럼’이 열리고 관세특혜를 위한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법’(AGOA)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이밖에 미국은 아프리카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각국의 치안 유지 문제에도 적극 협력할 계획을 밝힐 방침이다. 무역과 안보협력을 한데 묶은 종합 선물세트를 앞세워 중국에 뺏긴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