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김한길·안철수 입지 '흔들'…조기 전대론 불가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충격에 휩싸였다. 선거 패배를 둘러싼 책임의 화살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정조준 할 전망이다.

당에서는 이번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공천 후폭풍과 전략 부재에서 찾고 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서 질 경우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겠다는 당 내 목소리가 많아 김·안 공동대표 체제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 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치러진 이번 재보선을 통해 새정치연합은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를 심판하고자 했으나 선거 전부터 당 지도부의 무리한 공천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새정치연합은 광주 광산을(권은희), 경기 수원정(박광온), 전남 나주·화순(신정훈), 담양·함평·영광·장성(이개호) 등 4곳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쳤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박광온 후보만 당선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뒀다. 여기에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야당의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승리하면서 당 전체가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5곳 현상 유지만 해도 잘 하는 선거"라며 '5+α'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안 공동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정치적 생명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김·안 공동대표를 둘러싼 당 내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은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후보를 서울 동작을에 내리꽂으면서부터다.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같은 당 의원의 공천 철회 요청이 빗발치는 등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결과적으로 기 후보는 노회찬 정의당 후보에게 단일화 양보와 함께 중도 사퇴를 했고 이 지역구는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거머쥐게 됐다.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은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 공천하는 등 연쇄적으로 번졌다. 이를 두고 "천정배 전 장관에게 공천을 안 주려고 하다 보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꿰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친노(친노무현)·486·정세균계 등 구주류 그룹은 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후 조기 전대를 열자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 내에서는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물밑 행보에 돌입한 중진 의원이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