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장수시대’가 도래했다. 1980년대, 1990년대만 해도 선수 대부분은 30대 초중반에 은퇴했다. 그래서 30대 코치가 흔했다. 이제는 보기 드물다. 10구단 KT가 출범하는 등 시장 규모가 커져 수명이 덩달아 길어졌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으로 많은 관중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인 덕이다. 프로야구 종사자 대부분은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린다. 특히 선수들은 연봉이 급상승했다. 100억 원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물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집단도 있다. 코치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봉은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몇몇은 더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능력을 갖춘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2군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현장에서는 “지도자가 없어도 너무 없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하지만 최근 7~8년 사이 그 수는 급증했다. 은퇴한 선수들이 앞 다퉈 자리를 넘본다. 그렇다보니 코치들의 연봉은 이전에 비해 크게 인상되지 않았다. 이전에 존재하던 계약금 제도도 사라졌다.
박봉의 직업으로 전락하다 보니 선수들은 은퇴시기를 계속 미루려고 한다. 누구보다 코치의 애환을 잘 알고 있으니 당연하다. 코치들은 선수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팀 성적이 부진하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사령탑의 변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최근 노장 선수들은 그들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수명을 최대한 늘리려고 한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통산기록’, ‘명예로운 마무리’ 등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경우 구단과 마찰은 불가피해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시간을 주면서까지 은퇴를 기다려준다. 프레디 맥그리프의 500홈런을 지켜준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은퇴식을 위해 가장 오랜 뛴 팀과 하루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베테랑에 대한 예우는 상당하다. 아름다운 매듭을 위해 구단과 선수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다. 30여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조금씩 그런 장면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은퇴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가장 보기 좋은 그림은 베테랑과 구단이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양쪽이 인정하는 시기를 정하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프로야구의 인기와 팬들을 위해서라도 은퇴 선수에 대한 적절한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관중석에서 목 놓아 응원한 선수를 그냥 떠나보내고 싶은 팬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
마해영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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