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의 7ㆍ24 경기부양책은 내수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수출이 주도해온 성장 모델을 내수가 견인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핵심 카드로 제시한 것이 기업 성과를 가계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기업에 고인 돈을 가계로 돌려 소비가 살아나면 기업도 매출이 늘어 투자를 확대하게 된다는 논리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이 혜택을 보는 만큼은 끌어내겠다며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쓸 요량이다. 기업이 임금을 올리면 세금을 깎아준다(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을 더 해도 세금을 덜 낸다(배당소득 증대세제). 그러나 투자ㆍ배당ㆍ임금 등에 쓰지 않고 쌓아두는 이익에 대해선 세금을 물린다(기업소득 환류세제).
기업들 반응은 냉랭하다. 정부정책이 나온 어제 열린 포럼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투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닌 기회의 문제"라며 정부의 규제개혁을 주문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기업인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더 익숙해졌다"고 했다. 이틀 전 최 부총리와 만남에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과세 방침이 확정된 것을 염두에 둔 발언 같다.
원칙적으로 기업이익 활용 문제는 과세로 풀 대상은 아니다. 더구나 이를 놓고 정부와 기업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가선 안 된다. 기업들로선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거론되기에 이른 배경부터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익을 빼앗긴다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가계소득이 불어나 소비를 해야 기업이 만든 제품이 팔려 기업이익도 커진다는 큰 생각으로 바꿀 때다. 과거와 다른 기업가정신으로 경제살리기에 앞장서 신사업을 찾아 투자하고 임금도 적절한 범위에서 올려야 한다.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만으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정부와 공공 부문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 정도다. 재정 지출을 늘리고 금융지원을 확대해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금융사마저 부실해진다.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국민소득이 늘어난다. 정부도 기업더러 투자하라고 압박하기 이전에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낡고 불필요한 규제를 찾아내 빨리 걷어내야 한다. 7ㆍ24 부양책 성패의 열쇠는 결국 기업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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