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00만대 시대가 열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100만4665대를 기록했다. 이는 승용차와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1987년 이후 27년 만이다. 수입차 100만대 시대의 개막은 독과점 지위에 안주해온 국내 자동차산업을 향한 경고음이다. 뿐만 아니라 수리비 횡포, 국산차와의 보험료 형평성 등의 숙제도 던졌다.
수입차 100만대 시대를 이끈 주역은 승용차다. 지난 6월 말 등록 대수는 97만대를 넘어섰다. 외국산 승용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2.1%로 처음 10% 선을 돌파하더니 올 상반기에는 13.9%로 뛰면서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10년 전인 2004년 점유율 2.7%를 떠올리면 놀라운 질주다. '수입차의 대중화'가 실감 난다.
수입차의 급격한 증가는 사회 인식의 변화, 개방화, 소득 증가가 어우러져 불러온 현상이다. 과거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로 대변되는 국산차 독점 체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았다. 2000년대 들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개방이 확대되면서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ㆍ연비ㆍ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수입차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수요가 크게 일어나며 100만대 시대를 열기에 이르렀다.
FTA 가동에 따른 관세 인하와 최근의 원화 강세는 수입차의 가격경쟁력까지 높였다. 수입차 수요가 과거 부유층ㆍ대형차 중심에서 최근에는 젊은 층ㆍ중소형차까지로 확장된 데에는 그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상대적으로 디젤, 전기, 하이브리드 등 첨단기술의 개발에 소홀했던 국산차는 연비와 성능에서 뒤처졌다. 특히 새 차를 내놓을 때마다 편법적으로 값을 올리거나 결함이 드러나도 자발적 리콜에 나서지 않는 등 독과점 횡포를 부려 소비자의 원성이 잦았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신기술 개발 경쟁에서 계속 밀리거나 소비자 우선 경영에 소홀하다면 외제차의 시장잠식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수입차 급증에 따른 제도적 대응도 필요하다. 국산차보다 평균 5배가 넘는 부품가격과 수리비를 크게 낮추고 국산차 가입자에게 떠넘겨지는 차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수입 외제차의 부품인증제 도입도 대안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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