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긴박했던 '팬택의 위기'가 한고비를 넘겼다. 팬택 채무상환 유예 만료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이동통신3사가 팬택이 제시한 1800억원 매출채권 상환유예안을 받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유예된 기간 동안 팬택이 어떻게 자구노력을 펼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인 SK네트워스는 이날 오후 4시경 이사회를 열고 팬택에 대한 채권 700억원어치의 회수를 2년 유예하는 안건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아닌 SK네트웍스 이사회에 팬택 관련 안건이 논의되는 것은 SK네트웍스가 단말기 유통 사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채권의 50%를 보유한 SK텔레콤이 팬택에 대한 채권유예를 공식화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도 동참할 수밖에 없다"면서 "채무유예를 동시에 공식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통3사는 SK네트웍스 이사회의 의결이 끝난 후 팬택 채권 상환유예 수용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통3사가 팬택의 채무상환 유예를 공식화하면 공은 다시 채권단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앞서 팬택 채권단은 이통사들의 1800억원 매출채권 출자전환을 전제로 팬택의 정상화 방안을 가결시켰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이번 출자전환 이후 추가 지원에 대한 부담감, 향후 팬택 자생력에 대한 회의 등을 이유로 채권단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통사가 유예를 결정하면 채권단은 또다시 결의를 해야하는 것이다.
팬택은 이에 대해 "채권단 또한 전향적인 방향에서 다시 한번 결의를 부탁드린다"면서 "팬택이 할 수 있는 일은 조속히 정상화에 매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인 최소물량 선구매 보장에 대한 숙제는 아직 남아있다. 채무상환은 유예해 준다지만 팬택이 요구하는 물량 선구매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팬택은 독자생존과 워크아웃 종료를 위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월 15만~17만대 수준의 물량 구매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최근 하루 평균 번호이동건수가 2만건 이하로 떨어진 시장 침체 상황에서 팬택의 물량 요구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팬택은 쿼드HD(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광대역LTE-A용 스마트폰의 전파인증을 이달 말 완료, 8월 초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경영정상화 계획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신제품 출시 일정은 줄줄이 꼬이는 상황에 처했다. 팬택이 정상 경영상태를 유지했다면 삼성에 이어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지만, 현재로선 팬택의 광대역 LTE-A 스마트폰 출시 여부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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