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생사의 기로에 있는 팬택의 협력회사 대표단이 23일 국회를 찾고 팬택과 협력사 회생을 위해 범정부부처가 적극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과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재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팬택·협력사 회생을 위한 정부·기업 대표 간담회'에는 팬택 협력사 협의회 기업 대표 1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에서만 참석했을 뿐 정보통신기기 관련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불참해 반쪽짜리 간담회가 됐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미래부와 방통위에 여러 차례 참석을 요청했지만 '우리는 할 말이 없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팬택 협력사 협의회는 이동통신 3사가 팬택에 2년 동안 채무상환 유예를 사실상 결정한 데 대해 다소 숨통은 트이겠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긴급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홍진표 팬택 협력사 협의회 대표(하이케이텔레콤 대표이사)는 기자와 만나 "현재 팬택 협력사들은 팬택에 대한 부품 공급이 끊겨 직원의 70~80%가 무급휴직 중이고 이달 매출은 제로 상태"라며 "경영 안정을 위한 정부 지원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팬택 협력사 협의회는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부품 대금 10~30%를 받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회생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해결책을 찾는 데 산업은행 등 금융권과 정부도 머리를 맞대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현재 팬택의 협력사는 550여개로 8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550개 기업 중 기술혁신 기업이 300개 업체고,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업체는 50개사에 달한다"며 "이들의 고용 유지와 함께 계속해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원동연 원텍엔지니어링 대표는 "팬택은 살릴 가치가 있는 회사"라며 "30%를 버리더라도 70%는 살려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미래부와 방통위, 산업부 등 정부부처의 유기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윤섭 프렉코 전무이사는 "불과 1년 전 이맘 때 팬택의 휴대폰 개통량은 25만~30만대에 육박했는데 보조금 문제가 불거지고 영업정지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은 급랭했다"며 "보조금에 대해 일부 비대칭 규제를 통해 조금이라도 규제를 만들어주면 팬택은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부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는 있으나 미래부와 방통위에서 조금 더 살펴보면 솔루션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닌데 지나친 시장 논리 말고 정책적으로 일정 부분 조정할 수 있지 않나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두 의원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질책하면서 범정부적으로 팬택과 협력사 회생에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정보통신기기 업무가 미래부로 이관됐다고 하지만 산업부는 우리 기업의 기술 보호 차원에서도 연관성이 있으니 도와줘야 한다"면서 "벤처기업 100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기업 10개를 제대로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에게 금융위원회, 미래부 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미국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가 위기에 처했을 때 놓지 않았다"면서 "시장의 논리만이 아니라 자국의 산업 보호와 일자리 측면의 중요성을 보고 미 정부가 이를 살려낸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홍 의원은 또 "정부 내에서 서로 핑퐁하면 안 된다"면서 "산업 정책 전반에 걸쳐 팬택을 꼭 살려야 한다면 미래부든 산은이든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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