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선 무너져도 900원대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6년 만에 1010원선이 무너진 원ㆍ달러 환율이 조만간 세 자릿수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환율은 4일에도 전일 종가인 1008.5원에서 0.4원 오른 데 그친 1008.9원에 마감됐다. 그렇다면 올해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며 이목이 집중되는 세 자릿수 진입 시점은 언제일까?
전문가들은 환율이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환옵션팀장은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며 "다만, 저점에 대한 경계감과 원화 강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들이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은 3분기에 세 자릿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3분기 중에 세 자릿수 진입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고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의 서정훈 박사도 "당국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하락 속도가 빠른 걸 보면 3분기 내 900원대 진입 가능성이 높다"며 "900원대 후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997년 말 한국의 외환시장이 자유변동환율 제도로 전환된 후 원ㆍ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 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약 27개월간이 유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환율이 세 자릿수로 하락하더라도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수석연구원은 "수출 위축이나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에 대한 우려 불거지고, 세 자릿수까지 떨어질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대외 상황에서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며 "올해 3월부터 원화 가치가 많이 상승해, 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도 세 자릿수로 떨어지더라도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계기로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꼽는 것도 환율이 일시적으로 세 자릿수에 진입하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다. 전 연구원은 "10월 중 미국의 테이퍼링이 종료된다면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원ㆍ달러 환율도 반등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수석연구원도 "과거 금리 인상 시점보다 1~2분기 앞서 그 효과가 시장에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를 들어 내년 중반 정도에 금리가 인상된다면 올해 4분기 말에 반영이 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환율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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