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核)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방안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대표하는 우리 정부의 통일·외교정책 구현을 위한 방안을 비롯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원화·중국 위안(元)화 간 직거래 시장 개설 등 경제·통상협력 강화 방안, 인문(人文) 및 문화예술 분야 등을 중심으로 한 양국 국민 간 교류 활성화 방안 등을 두루 논의하고 이를 공동선언문에 반영했다.
기대를 모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 논란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 등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는 성명에 반영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에 앞서 중국 중앙TV(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일본의 행보는) 국가 간에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고 국제사회의 준엄한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나 과거사 왜곡 등 우경화 움직임에 한중이 공동 대응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이를 공동성명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당초 일본을 지칭하지 않더라도 우회적으로 경고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그렇지만 두 정상이 공개된 방식으로 메시지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한중 양국에 큰 부담을 준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았다.
일본이 과거사 왜곡과 집단자위권 행사로 한국과 중국을 자극하고 있지만 일본의 역사인식과 위안부 문제가 대변하는 과거사 문제를 규탄한다면 한중 대 일본의 대립구도가 되어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세계 2위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으로서는 손해볼 게 별로 없지만 한국은 큰 부담을 안을 처지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고노담화나 과거사 문제를 꼭 짚어 논의하는 것은 의제에 들어있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지역정세를 이야기하다보면 일본 팩터(factor)가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의 논의는 철학적 이야기"라는 말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일본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명문화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공동성명에서 일본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감정'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냉정한 판단의 결과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정치면에서 큰 수확을 얻었다. 중국 측은 '하나의 중국'만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임을 재천명했는데 한국은 지지를 표시했다. 우리 정부는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표시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과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나가기로 했다. 대만으로서는 울분이 치솟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동중국해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유권 분쟁에서도 한국은 중국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된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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