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홈페이지에 요율 밝혔지만 비교 어려워
명동 위치한 은행 환전센터 6곳 돌아보니 고시한 곳은 '0'
"소비자 선택권 넓힌다" 취지 무색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각 은행이 지난달 30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환전수수료율(현찰매매 스프레드)을 고시하고 있지만 일반 고객들은 벌써 이를 활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 간 비교가 어렵고 각 지점에는 미처 고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지시에 최소한만 호응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본래 취지는 외면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NH농협ㆍ외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환전수수료율을 공개하고 있다. 환전수수료율은 외화 현찰의 우송료와 보험료, 보관비용, 환리스크 등 여러 비용요소를 반영해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마진인데 그동안 고객은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 은행 홈페이지에 이를 고시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환전수수료율을 각자 따로 고시하고 있어 고객이 은행이 붙이는 마진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은행 간ㆍ통화 간 비교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겠다는 본래 취지가 무색한 것이다. 일부 통화의 경우 은행 간 수수료율 차이가 7배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경우 우리은행은 1.89%이고 국민은행은 14%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고객이 일일이 따져보기는 쉽지 않다. 예대금리처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동으로 고시하는 방안은 전혀 논의되고 있지도 않다.
심지어 일부 은행은 고시 개시가 늦어지기까지 했다. 환전수수료율은 외화 현찰의 조달비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 은행은 이를 전산으로 구현해 고시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런 이유로 하나은행은 타 은행보다 늦은 30일 오후 7시께나 개시됐고 우리은행은 7월4일쯤부터 고시될 예정이다.
실제 현찰 환전이 일어나는 오프라인 지점에서는 아예 환전수수료율 고시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일 시중은행 환전센터가 몰려있는 서울 중구 명동의 은행 6곳(국민ㆍ신한ㆍ우리ㆍ농협ㆍ외환ㆍ한국씨티은행)을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환전수수료율을 고지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환전수수료율 고시여부에 대해 지점 직원들은 우대환율을 안내하거나 심지어 "본점에 가셔야 알 수 있다", "내부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하기 까지 했다.
이같은 지적에 금융감독원은 부랴부랴 은행 지점에도 환전수수료율 표를 고지토록 지시했다. 조성래 외환감독국장은 "지점에서도 고객이 환전수수료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수일 내 은행 담당자를 통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환전수수료율이 각 은행 홈페이지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 은행 간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에 조 국장은 "환전은 보통 주거래은행을 통해하므로 고객이 비교를 통해 환전 은행을 갈아탈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본다"며 "그보다 통화 간 비교에 좀 더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