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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6-① 국회서 女의원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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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Story #6. 여성의원 처세술
비례대표 빼면 19명뿐…'지역구 유리벽' 너무 두꺼워
女국회의장·부의장도 아직 안나와…'구색用' 역할 그쳐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1.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방선거 망칠 일 있느냐." "우리 다 작살난다." "당 말아먹겠다." 지난해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공개로 열린 ○○당 당무위원회의에서 남성위원들이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지역구 여성 공천 30% 의무할당제'를 당헌으로 못 박자는 여성의원들의 건의에 남성위원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참석 불가'라는 반대를 무릅쓰고 회의장에 진입한 여성의원들은 '퇴장하라'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켰다. 그때 현장에 있었던 시의원 A씨는 "정치는 힘이구나. 여성의원은 혼자선 안 된다. 연대해서 실력과 힘을 키워야겠다"고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2. △△당 대표 경선을 앞둔 지난해, 후보자 중 한 명인 B 의원을 토론회에 초청해 여성 의무공천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즉답을 피한 B 의원은 대신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아내와 며느리가 강에 빠졌습니다. 누굴 건지겠습니까"라고 묻더니 "헤엄쳐 나오는 사람이 살아남는 겁니다. 수영하는 법을 배우십시오"라고 했다. 누가 구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살아남으라는 얘기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여성의원들은 이 이야기에 B 의원의 속내를 간파하고 격분했다.


이 두 사례는 국회에서 남성의원이 여성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을 넌지시 보여준다. 물론 모든 남성의원의 시각은 아니다. 다만 남성이 절대 다수인데다 국회의장 등 요직을 꿰차고 있기 때문에 국회는 은연중에 '마초'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되는데 헌정회에 따르면 지난 66년 동안 배출된 전체 국회의원 4988명 중 여성은 238명(4.7%)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다선 의원이 포함된 숫자로 이를 제외할 경우 순수한 사람수로는 178명으로 준다.

현재 여성 국회의원은 지역구 19명, 비례대표 28명 등 총 47명(총선 당시 기준). 제8대 국회까지 각 대마다 여성의원의 숫자가 1~5명에 불과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 여성의원의 숫자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비례대표 당선자 수가 더 많다. 당내 공천 싸움에서 살아남거나 지역구에서 남성 경쟁자를 누르고 배지를 단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선거구별 여성 의무추천제 등 제도적 뒷받침 덕분에 국회에 진출한 여성의원이 더 많은 것이다.


[국회 다시보기]6-① 국회서 女의원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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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성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소수의 여성의원은 어떻게 정치활동을 펼칠까. 지역구ㆍ비례대표 여성의원과 다선 여성의원을 만나 그들의 처세(處世)와 국회 내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이미경 의원의 돌직구=5선인 이미경 의원은 현역 여성의원 중 최다선이다. 66년 국회사에서 178명의 여성의원 중 5선 이상의 여성의원은 단 3명. 고(故) 박순천 전 의원, 박근혜 대통령이 이 기록을 갖고 있다. 현역의원으로는 이 의원이 유일하다.


[국회 다시보기]6-① 국회서 女의원으로 산다는 것 ▲이미경 의원



이 의원은 15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들어왔다. 당시 여성의원 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통틀어 12명. 국회 상임위원회(당시 16개) 숫자보다 적었다. 최소한 4개 이상의 상임위에서는 여성의원이 활동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때 이 의원은 "국회 내 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성의원이 빠져 있으면 자문하는 전문가 집단에라도 여성을 포함시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도 때도 없이 '여성' 타령을 하다 보니 동료 의원들이 "이미경 의원은 입만 열면 여성 이야기만 한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솔직히 고민도 됐다. 굳이 여성임을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데 여성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단과 본인의 위상을 분리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동료의원들과 얼굴 붉히며 일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지난해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 당내 '지역구 30% 여성 할당제'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였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15대 때 3%에 그쳤던 여성의원의 비율은 현재 15.7%다.


국회 안에서 여성의원으로서의 우려를 씻어내고 가능성을 입증했다면 또 다른 숙제가 남는다. 바로 유권자의 선택이다. 헌정회로부터 제공받은 '여성 국회의원 현황'을 보면 총 178명의 여성의원 중 국회에 재진입한 여성의원은 5선 3명, 4선 2명, 3선 6명, 재선 29명 등 40명에 불과하다. 공천경쟁에서 밀려 아예 출마조차 못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그간 여성의원의 재선율은 41.5%로 66년간 국회의원 평균 재선율(48%)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희정 의원(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은 과거보다 유권자가 여성의원을 선택하는 데 훨씬 관대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여성 대통령을 뽑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여성의원을 뽑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번이라도 여성의원을 찍어 본 사람은 다음에 여성의원을 선택하기가 훨씬 편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여성 국회의원의 승률이 높은 동네가 따로 있는데 경기도 고양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심상정ㆍ김현미ㆍ한명숙ㆍ김영선 의원 등이 깃발을 꽂았다. 이렇게 배지를 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진출한 여성의원이 성공적으로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 여성의원은 말한다. 여성의원은 개인의 평가와 더불어 '여성인데 잘한다', '여성이라서 그렇다' 등 집단에 대한 평가가 함께 투영되기 때문이다.


[국회 다시보기]6-① 국회서 女의원으로 산다는 것 ▲김희정 의원

◆김희정 의원의 인내심=김 의원은 17대 때 최연소(당시 33세)로 국회에 입성했다. 경험과 나이의 약점을 딛고 현역인 권태망 의원을 물리치고 공천권을 따냈다. 19대 때는 임신 9개월의 몸으로 선거에 뛰어들어 부산 유일의 여성 지역구 당선자가 됐다. 소속 당을 통틀어서도 여성 재선의원은 김을동 의원과 함께 김 의원 뿐이다.


"남성의원들과 큰 프로젝트를 함께 하거나 대소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고비를 함께 넘기고 갈등을 겪으면서 끈끈해진다."


김 의원은 이를 경험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서였다. 당시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교문위) 간사였던 김 의원은 교문위 소속 의원들과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아침에 모여 새벽 1~2시까지 누가 어떤 연구를 하고 발표를 맡을지 등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이때 의원들이 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 김 의원에게 "첫 해 국정감사 때는 몰랐는데 당의 팀워크를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등의 이야기를 건넸단다. 또 지난해 아동ㆍ여성 대상 성폭력특위 활동을 할 땐 협박전화와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면서도 친고죄 폐지 등의 성과를 이뤄내자 함께 한 의원들이 "국회가 어떤 성과를 내는지 좋은 본보기가 되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국회 다시보기]6-① 국회서 女의원으로 산다는 것 ▲은수미 의원

◆은수미 의원은 현장파=대개 여성의원은 비례대표로 정치에 첫발을 떼는 경우가 많다. 은수미 의원은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들어왔다. 노동 문제 전문가인 그는 배지를 달고 나서도 현장파로 남아있다.


지난해 당내 을지로위원회 활동이 한창이던 여름(7~9월)에는 105곳의 현장을 찾았다. 은 의원의 현장 투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 남양유업 등 거친 현장마다 몸 사리지 않고 달려드는 그를 보고 '남성의원 못지않게 전투력이 있다'고들 혀를 내두른다고.


은 의원이 이처럼 현장에서 전투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여의도의 술자리 문화'가 한 이유였다. "밤에 중요한 이야기가 오간다는 점에는 일견 동의하지만 이때 이루어지는 정치가 반드시 건강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불편한 술자리 대신 현장을 택한 것이다.


이슈가 터졌을 때 은 의원이 동료의원을 설득하는 방법은 바로 현장 초청이다. "해당 이슈의 진실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곳에 의원들을 끊임없이 불러내 반복적으로 이를 보여주는가 하면 의원 총회 등 공식적인 자리를 최대한 활용한다." 이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에 동료 의원들을 초청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를 끌어 모으는 것이 그가 택한 방식이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의원들은 단순히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성의원의 숫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보지 않았다. 이들이 국방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남성적 분위기가 강한 상임위에도 여성의원이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여기서 만지는 법안이 향후 실행되었을 때 여성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방정책을 다루는 국방위원회는 지방근무를 하는 군인 가족의 정주 여건, 임신 중인 여군의 복지 등도 살펴야 하는 것이다.


김희정 의원은 더 나아가 "여성 국회의장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회의장은 국회의 수장으로서 국회대표권, 의사정리권,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 및 기타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헌정기념관에는 이 자리를 거친 인물의 초상을 걸어뒀는데 여기에 여성의원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 출현은 당장 요원해 보인다. 그나마 이미경 의원이 5선의 관록을 내세워 지난 5월 국회부의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이마저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헌정사 첫 여성 국회부의장' 탄생은 그렇게 무마됐다. "세계적으로 국회 의장단에 들어가 있는 여성의원 수가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전무하다"며 "이제 국회 의장단에도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던 이 의원의 꿈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女의원 편의시설은…
여성 국회의원을 비롯해 국회 내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국회에도 여성을 배려한 공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성 건강관리실과 사우나다. 이 건강관리실은 17대 때인 2004년 6월 개방했다. 지역구ㆍ비례대표 통틀어 여성의원 수가 20명 남짓이었던 이전 대(代)와 달리 여성의원 수가 그 배인 40명을 넘어섰던 때다.


여성의원들 수가 늘어난데다 직업 특성상 업무 강도가 세다 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성의원들이 많아지면서 여성전용 건강관리실을 마련했다는 것이 국회 운영지원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남의 공간인 이곳은 393㎡(119평) 규모로 비회기에는 오전 6시부터 밤 8시, 회기 중엔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러닝머신 5개 등 일반 헬스클럽과 대동소이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트레이너가 상주해 있어 의원의 체력단련 활동을 돕는다.


하루 평균 이용객수는 15~20명. 19대 전체 여성의원 숫자가 47명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이에 대해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꾸준히 오는 의원은 없고 겨우 짬내서 오는 의원들이 많다"며 "간단한 운동을 통해 피로를 풀고 샤워하고 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회 제1ㆍ2어린이집은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각각 2008년, 2010년에 설립됐다. 제1어린이집은 1995년에 지어졌는데 2008년 신축해 이전했다. 제1어린이집(1391㎡)은 한솔교육희망재단이, 제2어린이집(1313㎡)은 이화여대에서 각각 위탁해서 운영하고 있다. 오는 7월 중앙대학교가 위탁해 운영하는 제3어린이집이 개원할 예정이다.


운영규정 제19조에 따라 국회 소속 공무원 및 국회 업무와 관련 있는 자의 자녀(만0~5세)만 입소가 허락된다. 현재 제1어린이집에는 132명, 제2어린이집에는 150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 자녀 2명도 있다.


이곳은 근무지와 인접하고 교사의 질도 우수하다는 장점 때문에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 만 0~1세의 경쟁률이 유독 세다고 하는데 국회 어린이집 관계자에 따르면 결원 등이 발생했을 경우 입소를 바라는 대기자만 3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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