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단기간 파탄 아니라면 결혼비용과 예물·예단 비용 반환 안 된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혼인은 적지 않은 비용이 뒤따른다. 특히 좋은 직업의 배우자를 만날 때는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성대한 결혼식을 위해 비용을 들이는 경우가 있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겨 파경을 맞을 경우 결혼비용이나 예물·예단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대법원은 최근 이와 관련한 의문을 풀어줄 사건에 대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결혼중매업체 소개로 만난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결혼비용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B씨는 남들이 부러워할 직업을 가진 인물이지만 원만한 부부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2010년 결혼을 했지만, 결혼 초기부터 다른 여자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외박을 하면서 A씨에게 이혼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B씨가 A씨와 애정 없이 결혼한 뒤 잦은 부정행위로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혼을 결정했다. 2심은 B씨가 위자료 명목으로 A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고 결혼과정에서 지출했던 결혼비용과 예물·예단 비용 등 2억원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부부공동체로서 의미 있는 혼인생활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파탄되거나 당초부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그로 인해 혼인의 파국을 초래했다고 인정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결혼식 비용 또는 예물·예단 비용 반환을 구하거나 그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는 1년 넘게 부부로 지내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럴 경우에는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대법원은 “1년 넘게 부부로서 지내온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원고와 피고의 혼인이 사회적으로 부부공동체로서 공동생활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 내에 해소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B씨가 이혼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도 위자료를 통한 재산분할 이외에 결혼비용이나 예물·예단 비용까지 반환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재판상 이혼에서의 손해배상 범위 및 원상회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