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세기의 특허전쟁'을 진행 중인 삼성·애플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삼성제품 미국 내 수입금지 판정 관련 항고를 나란히 취하하면서 'ITC 소송'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일각에서는 3년 넘게 이어진 양사의 특허분쟁을 합의로 이끌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명분 보다 실리를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느 한쪽이 완승할 수 없는 양측의 특허 전쟁에서 결국 승리한 것은 천문학적 수임료를 챙긴 변호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삼성이 애플 특허 2건(949·501 특허)을 침해했다며 갤럭시S2, 갤럭시탭 10.1 등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결정한 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취하했다. 애플 역시 이튿날 같은 판정에 대한 항고를 취하했다. 삼성이 애플을 ITC에 제소한 건 역시 지난달 삼성의 항고가 기각되면서 종료돼 사실상 ITC 판정 관련 양측의 소송은 마무리됐다.
이번 항고 취하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먼저 양측이 명분보다 실리를 택했다는 점이다. ITC의 삼성 해당제품 수입금지 최종판정은 지난해 8월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판정 직후 법적 절차를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애플 역시 제소 당시 주장한 디자인 특허(678 특허) 등도 반영돼야 한다며 당시 ITC 판결에 대해 항고한 상태였다.
이같이 강경했던 입장이 10개월여 만에 항고 취하로 결론난 것. 입장을 바꾼 것은 제품 판매 등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부분에서 소송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판정을 받아들이게 되면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 돼 상징적인 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대상 제품은 갤럭시S2 등 구형 제품들이며, 삼성전자는 이미 애플의 특허를 우회한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제품 판매에 미치는 타격은 사실상 없다.
업계 관계자는 "3년여를 끌어온 양사간 특허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하기 위한 제스추어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실리 없는 싸움에서 손을 떼는 과정으로 판단된다"며 "ITC 판정 관련 소송과 별개인 양사의 1, 2차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이 같은 움직임이 합의에 이르기 위한 방향전환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승리한 것은 변호사들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소송별 자세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측의 미국 법원 1차 소송 당시 애플측 소송대리인 모리슨&포레스터의 변호인들은 애플로부터 시간당 526달러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측 퀸 엠마누엘 변호인들은 시간당 592달러를 받았다. 1차 소송 당시 애플이 쓴 소송 비용만 6000만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소송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양측 변호인단을 움직이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양사의 특허전쟁이 이어지면서 결국 승리한 것은 변호사들"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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