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미군들의 성추행 등 범죄가 잇따른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제재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측은 유사 범죄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해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11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운영개선을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93차 SOFA 합동위원회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외교부가 발표했다.
SOFA 합동위원회 제193차 회의 우리 측 위원장은 외교부 문승현 북미국장이, 미국 측은 쟌-마크 쥬아스(Jan-Marc Jouas)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각각 맡았다. 양측은 이날 분과위원회의 위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외교부는 이번 SOFA 합동위 회의에서 양측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주한미군 범죄와 관련해 필요한 협력과 개선 방안을 중점 논의하고 용산 미군기지 주변지역의 유류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실무협의의 진전 상황을 점검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양측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미군기지 주변 안전구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6월 제191차 SOFA 합동위는 외교부에서, 12월 제192차 SOFA 합동위는 용산 미군기지에서 각각 열어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 측은 전체 SOFA 범죄건수는 감소 추세이며, 미국과의 협조가 원할하지만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일부 미군들의 범죄 탓에 주한미군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범죄 예방과 범죄 발생 시 신속한 처리를 위한 미국 측의 협력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우리 측은 특히, SOFA 범죄의 억제를 위해 부대 밖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군에 대해 미군의 자체 제재를 강화하고 우리 경찰이 미군 피의자의 조사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미국 측 변호인의 출석이 상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장병들에 대한 군기와 한국 문화·법령 준수 교육을 강화해 나가고,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협조를 제공하며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한미 양측은 용산기지 인근 유류오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해 6월 구성된 한미 환경공동실무협의체(EJWG: Environmental Joint Working Group)가 오염원 확인을 위해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평가하고 용산기지 내 오염원 공동조사의 실시 등 필요한 사안에 지속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최근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와 주한미군 간의 노동쟁의가 원만히 해결됐다면서 SOFA 노무 분야의 제도개선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향후 노사 간 상호 신뢰구축고과 관계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측은 또 미군기지 주변지역 우리 주민들의 안전을 높이기 위해 안전구역 설정문제 등도 논의했다. 안전구역은 탄약고 등 사고 발생 가능성이나 위험 요소가 있는 미군기지 내 시설물로부터 주변 주민이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지 경계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안전이 사회의 관심 사안으로 부각됨에 따라 주한미군 공여 부지에 안전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관계부처 간에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 양국은 차기 SOFA 합동위원회 회의를 오는 하반기 중 열기로 합의했으며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SOFA 운영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동맹 강화와 우리 국민의 불편 해소를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일 것이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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