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이지면서 5년9개월 만에 1020원 선까지 무너졌다. 지난 달 30일 가까스로 다시 1020원에 턱걸이하며 거래를 마쳤지만 앞으로 1010원대로 저점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향후 환율에 영향을 줄 요인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최근 환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월말을 맞은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이었다. 처리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물량이 월초 환율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경상수지가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1억2000만달러로 2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 급락세를 우려하는 중소 수출기업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
오는 5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통화정책회는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변수로 꼽힌다. ECB는 이번 회의에서 0.25%인 기준금리를 낮춤으로써 이미 제로금리 상태인 초단기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유로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고 원ㆍ달러 환율은 1020원 선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노동부가 6일 발표하는 지난달의 고용통계와 실업률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와 정도도 앞으로 환율 변동의 중요 변수다. 지난달 30일에도 1020원 선이 무너지며 하락 출발했지만 개장 직후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하락폭이 줄어든 바 있으며 결국 1020원 선 수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하락 요인이 많은 가운데 다시 1020원 선을 회복하며 거래를 마친 것으로 미뤄볼 때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가 원ㆍ달러 환율 1020선 지지 여부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국의 개입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며 조만간 환율은 1010원대로 내려간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뚜렷한 환율 상승 요인도 없기 때문에 1020원을 하회할 가능성은 계속 열어둬야 한다"며 "다만 당국 개입 등으로 1000원 선이 무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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