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로 4월 생산과 소비가 모두 줄어들었다. 5월 제조업체의 체감 경기도 뒷걸음질 쳤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광공업생산은 전달과 비교해 0.1%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생산이 전달에 비해 1.0% 줄어들었다. 최성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부동산·임대업 등은 2.7% 증가했지만 예술·스포츠·여가업은 전달과 비교해 11.6% 급감했고, 도·소매업도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서비스업 생산에 영향을 준 것이다.
최정수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서비스업 중에서도 갬블링 베팅업체는 전년 동월에 비해 22% 가량 생산이 줄었다"면서 "오락장과 테마파크 등의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생산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경마장과 경륜장, 강원랜드 등의 사행성 스포츠 업체와 노래방, PC방 등 오락장 등을 향한 국민들의 발걸음이 끊어지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급감한 것이다. 서비스업 감소의 영향으로 전산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0.5% 줄어들었다.
생산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소비다. 4월 소매판매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가 전월 대비 3.0% 줄었고,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 소비가 1.9% 감소했다. 또 이동통신사 영업정지 등의 효과로 통신기기와 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도 0.3%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소매판매는 전달에 비해 1.7%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비가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투자는 다소 늘어났다. 전기·전자기기 등에서 감소했지만 일반기계류와 자동차 등에서 투자가 늘어나면서 4월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2.6% 확대됐다.
생산과 소비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국장은 "과거 대형 참사가 있었을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다르다"면서 "대구 지하철 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소비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대비로 한 달 가량 영향을 줬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3개월여 간 영향이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보다는 충격이 약하겠지만 5월까지는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재부는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이 혼재돼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 영업정지가 이달 19일로 종료되고, 5월 들어 소비 위축이 다소 진정세에 접어드는 등 긍정적인 요인도 존재하기 때문에 5월에 생산과 소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도 하락=제조업체들은 세월호 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은행은 제조업의 5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9로 전달에 비해 3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환율과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등의 요인으로 제조업 체감경기가 위축된 것이다. BSI는 100보다 높으면 기업의 체감경기가 좋아졌거나 경기 전망이 좋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BSI는 연초 76에서 지난달 82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이달 들어 처음 하락했다. 박동화 한은 기업통계팅 차장은 "제조업 수출이 줄어들지 않았지만 환율 하락과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업체간 경쟁 심화로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가 미치는 영향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대형마트나 신용카드 매출 등에서 보면 소비 위축 현상이 이미 파악되고 있는데 5월까지도 세월호의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월호의 충격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지 여부도 조금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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