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대국민담화 발표 후 전면적인 개각과 청와대 인적쇄신을 준비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제를 최종 논의하기 위해 22일 오후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했다. 사의를 표한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자는 이미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표 시점을 놓고 마지막까지 숙고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후 급속히 약화된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릴 카드로 대국민담화를 써버린 상황에서,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환영 받는 총리 후보자를 내놓는 것은 6ㆍ4 지방선거를 고려해서라도 발표 시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각은 신임 총리와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적쇄신 의지를 보이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조만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기춘 비서실장ㆍ김장수 안보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11명 전원이 자진사퇴할 가능성을 점친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참모진 중 사의를 표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한 것인데 인물을 적시하진 않았으나 김기춘 비서실장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서실장은 국정전반에 걸쳐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이며 세월호 사고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현 정부 비판세력에선 교체해야 할 1순위 인물로 꼽는다. 김 실장은 이날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오전 8시 30분 자신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따로 열고,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오후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김 실장은 청와대 조직을 안정시키고 각 부처와의 원활한 조율에 기여하며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박 대통령은 그의 유임을 결정할 경우 따라올 정치적 타격과 현실적 효용성을 놓고 힘겨운 저울질을 하고 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교체는 여전히 유력하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역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김 실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편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미루어볼 때 예상 밖 인물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신임 총리는 전임자와 달리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들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게 된다. 정부조직개편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무총리는 기존 업무에 관피아 척결과 안전시스템 수립 등을 추가로 맡게 된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구상에 따르면 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처와 공공기관 인사와 조직을 전담하는 행정혁신처가 총리실 산하에 신설된다. 실질적인 책임총리 역할을 주어지는 셈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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