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 이후,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KBS가 21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KBS 기자협회가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하는 등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KBS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기술직군을 중심으로 2500여명이 소속된 KBS노동조합(제1노조)과 기자·PD 직군을 중심으로 1200여명이 소속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이날부터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이날 부재자투표를 시작으로, 22~27일 본 투표를 실시해 파업 돌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KBS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사내 파업 찬성 여론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라 파업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퇴 불가' 의사를 밝힌 길환영 KBS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길 사장은 이날 '현안 관련 사장의 특별담화'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청와대 외압 의혹을 재차 부인하며 제작거부 중단과 대화 촉구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KBS 기자협회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길 사장의 사퇴 거부로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길영 KBS 이사장 등 일부 여당 추천 이사들을 만나 길 사장의 보도 개입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전달하는 한편, KBS 이사회가 길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KBS 이사회는 21일 오후 4시 KBS 신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제출한 길 사장 해임제청안 상정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KBS 기자는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직접적 외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내 간부들 사이에서 알아서 기는 분위기는 있었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KBS PD협회도 19일 PD출신인 길 사장을 PD협회에서 제명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제작 거부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다만, 제작 거부 시기는 현재 조율중이다. PD 직군마저도 제작거부에 돌입하면 세월호 참사로 한 달 이상 결방했다가 일주일 전 방송 재개를 시작한 교양·예능 프로그램이 또 다시 중단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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