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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글 빚'을 갚다가

시계아이콘01분 08초 소요

'글 빚'이라는 게 있다. 어떤 글을 써 주기로 약속하고, 때로는 고료를 미리 받고도 원고를 넘기지 못한 경우 "글 빚을 졌다"고 말한다.


'원고 채무 불이행'은 다른 사람들 얘기였다. 나는 간혹 들어오는 외부 원고 요청을 받아들였다가 마감을 어긴 적이 거의 없다. 또 책을 쓰기로 하고 인세를 일부 미리 받은 뒤 글을 마무리하지 못한 적도 없다. 실은 그런 조건에 책을 쓰라는 제안을 받아보지도 못했지만.

그러나 언젠가부터 '쓰지 않은 글'이 마음 속에 채무로 자리잡았다. 글을 쓰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정작 가족에게는 왜 글을 쓰지 않는가 하고 자문하면서 이런 채무감이 생겨났다.


변명 거리를 생각하게 됐다. '목수 집에 성한 방문 없고 수다스러운 개그맨이 가정에서는 과묵하다잖아. 기자가 가족에게는 글을 쓰지 않게 되기 쉽지.' 이런 변명을 생각해냈다.

다른 핑계도 찾아냈다. 기자는 남의 얘기를 사실대로 기록해서 전하도록 훈련받는다. 다중을 대상으로 한 건조체 기사를 다년간 쓰다보면 한 사람에게 자신을 주어로 하고 느낌을 풀어놓은 얘기를 적는 일이 어려워진다.


실제 그런 사례를 들었다. 언론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한 중견기자 선배의 말이, 해외출장 때 엽서를 샀는데 개인적인 사연을 적으려다 그 좁은 공간도 채우지 못해 막막해했다는 것이다. 기자로 일하는 시일이 쌓이면서 어느덧 그 선배처럼 된 나를 돌아보게 됐다.


글 빚은 이자가 붙어 점점 불어났다. 몇 년 전 부채 청산의 첫발을 뗐다. 우표 100장과 편지봉투 100통을 장만했다. 부모님과 아들 둘, 아내에게 종종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부친 편지는 몇 통에 그쳤다. 부모님께 편지 대신 '치매 예방에 좋은 숨은그림찾기' 그림을 몇 장 출력해 메모와 함께 보낸 것을 포함해도 그랬다.


우표 100장을 버린 셈 치려던 즈음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할아버지ㆍ할머니가 지내온 이야기를 내가 정리해 손자ㆍ손녀들에게 편지로 부치자. 그건 사실을 적는 글이니 기자로서 쓰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렇게 가족 이야기 첫 편을 적어 부모님과 아이들, 조카들에게 보냈다.


기자는 독자 반응을 기다린다. 편지를 읽으셨나 궁금해하던 차에 아버지가 전화통화 중 말씀하셨다.


"편지 읽었다. 잘 했다. 그런데 말이다, 내 이름 가운데 글자 한자(漢字)를 잘못 썼더라."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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