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아담 워커는 지난달 22일 '오션즈 세븐 챌린지' 대회에 참가해 뉴질랜드 쿡 해협을 건너고 있었다. 고래ㆍ돌고래 보존협회(WDCS)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한창 물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식인상어가 나타났다. 워커는 소름이 돋았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때였다. 한 무리의 돌고래가 홀연히 나타나 워커 옆에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돌고래떼에 휩싸인 워커를 식인상어는 공격하지 못했다. 이 기적 같은 동행은 워커가 해협을 안전하게 건널 때까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2007년 여름 폭풍우가 휩쓸고 간 유럽 어느 작은 마을에 야윈 개 한 쌍이 나타났다. 암컷은 수컷의 목줄을 입에 물고 있었다. 수컷은 눈이 멀어 앞을 볼 수 없었고 암컷은 그런 수컷을 목줄로 인도했다. 폭풍우 속에서 몇 날 며칠 굶었을 터였다. 폭풍우가 무서워 혼자 달아났을 수도 있었겠지만 암컷은 묵묵히 수컷 곁을 지켰다.
기적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말 못하는 동물들도 자기희생과 이타심으로 숭고한 감동을 자아낸다. 아프리카 코끼리들은 사냥총에 쓰러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총구와 맞서는 위험을 감수한다. 어느 동물원에서는 어른 수컷 침팬지가 물에 빠진 아기 침팬지를 구하고 익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16일째. 이 고통스런 나날,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배타적인지를 서글프게 지켜보고 있다. 몇 발짝만 떼면 구조가 가능했던 아이들을 버려둔 채 '몰래' 빠져나온 염치 없는 승무원들, 서둘러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구조원들의 하소연에도 같잖은 전시행정 들먹이며 구조작업을 늦춘 오만한 관료들, 자신들의 구조 실적을 높이려고 민간 잠수부들의 수색작업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인양회사, 또 그 회사와 부적절한 관계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는 해양경찰, 사고 초기 우왕좌왕해 뭇매를 맞았는데도 여전히 독선적인 정부.
언제부턴가 우리는 명예나 염치, 자존심, 측은지심을 잊고 살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에 가린 인간성의 상실이다. 사람보다는 돈이 우선이고, 반칙을 써도 이기면 그만이다. '남'은 없고 '나'만 있고, '내 탓' 대신 '네 탓'이다. 그리하여 저 돌고래나 암캐나 코끼리나 침팬지만도 못한 존재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끔찍하고 비정한 세태가 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는 그런 사회가 낳은 재앙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우리 사회의 몰락이다. '착하면 죽는다'. 세월호가 남긴 잔인한 교훈이다.<후소(後笑)>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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