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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030원 붕괴… 적정환율 논란 재가열(종합)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8초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원·달러 환율의 시계가 2008년 8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7일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는 5년 9개월만에 원·달러 환율 1030원선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개장과 동시에 1027원까지 떨어진 환율을 보며 1020원선에 대한 레벨 테스트가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20원선 하향 돌파가 쉽진 않아도 추세적 환율 하락세를 되돌릴 순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달 새 4% 이상 환율이 급락하면서 이른바 '적정 환율'을 둘러싼 논란도 재가열되고 있다. 경제 체력을 고려하면 '세 자릿수 환율도 견딜 수 있다'는 낙관론과 '환율 방어에 실패하면 경제위기는 시간문제'라는 경계론이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1020원선 레벨 테스트 계속될 것"= 7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시장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지난 주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와 이월된 네고 물량(달러 매도)이 겹쳐 원·달러 환율이 곧 102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휴 중 미 달러화는 약세였다. 미국의 저조한 1분기 성장률과 유로화 강세 탓이다. 지난 1일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로 3년 사이 가장 낮았다.

유럽에선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도 나왔다. 드라기 총재는 28일(현지시간) "유럽의 경기 회복 방안으로 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식 양적완화(QE) 프로그램도 고려하는 듯했던 종전 발언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글로벌 달러화 약세 속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이월된 네고 물량에 대한 부담으로 당분간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부진했던 미국의 1분기 성장률과 우크라이나 사태, 유로화 강세가 글로벌 달러화 약세를 이끌고 있다"면서 "국내에선 4월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영업일 수가 적어 달러화 물량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았다는 게 환율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범위를 1020원~1035원선으로 예상했다. 그는 다만 "레벨테스트 속에서도 당국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고려하면, 단기에 1020원선이 무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환파생운용부 부장도 "1020원선에 대한 시장의 레벨테스트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류 부장은 "전반적인 달러화 약세 흐름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당장 1020원선이 붕괴되진 않아도 조심스러운 레벨테스트가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더불어 "환율이 소폭 오를 때마다 추가 매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더 떨어져도" vs "한가한 소리"= 환율 급락세는 한동안 잠잠하던 적정환율 논란에도 불을 댕겼다. 4월 중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2.55% 급등했다. 주요 40개국 통화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4월 1일 1058.5원이었던 달러당 원화 값은 4월 30일 1033.2원으로 25원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브라질 헤알화 값이 2.14% 올랐고, 콜롬비아 페소화 1.97%, 일본 엔화가 1.48% 상승하며 그 뒤를 이었다.


환율 급락세를 부추기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보며 적정환율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3억5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63% 급증했고, 4월 수출액도 50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27개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했다.


환율 하락세를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쪽에선 "경제 체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세 자릿수로 환율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선진국의 시선을 반영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균형 수준보다 8%가량 저평가돼있어 추가 환율 하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고평가된 원화가 경제체력을 좀 먹는다는 전통적인 시선도 엄존한다.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환율 방어는 미국과 일본같은 선진국들도 모두 하고 있는 일"이라면서 "국가 경제를 건강하게 지탱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환율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라인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외환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제위기란 결국 환율 전쟁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라면서 "환율 문제 만큼은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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