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낱말의 습격]완소남의 숨은 의미(41)

시계아이콘01분 45초 소요

[낱말의 습격]완소남의 숨은 의미(41) 낱말의습격
AD


인터넷의 재담꾼들이 만들어내는 신조어들은 기발한 게 많지만, ‘완소남’의 경우는 아니다 싶다. 그러나 기발함이나 재치 만이 새로운 말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아닌 듯 하다. 완소남은 형편없는 ‘두문자(頭文字) 축약어’이지만, 그 말이 필요한 환경 속에 착 들어와 앉았다.

우선 그 의미를 살펴보자. 완소남은 ‘완전 소중한 남자’라는 의미로 쓰인다. 소중한 남자라는 의미는 알겠는데 그 앞에 붙은 ‘완전’이란 말은 어색하다. ‘완전’이 ‘소중하다’에 걸리는지 ‘남자’에 걸리는지 애매하기도 하다. 어디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소중함을 강조하는 말이라면 ‘완전’은 별 뜻이 없다. ‘완전한 남자’라는 의미라면 ‘완전’이 놓인 위치가 적절하지 않다. 아마도 완소남은 ‘몹시 소중한 남자’와 ‘완전하고 소중한 남자’라는 의미를 두루뭉수리하게 다 껴안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완전’이란 말을 구어로 이해할 때는 조금 달라진다. ‘완’자에 힘을 주고 ‘전’자를 뒤에 살짝 붙이는 십대들의 강조어법은, 새롭게 떠오르는 입말이다. 어색한 문장구조이지만 별로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까닭은 바로, 이 구어체 표현이 주는 싱싱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완소남’이란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완소녀’라는 말이 나중에 나온 걸 보면, 그 조어자(造語者)는 여자이며, 그중에서도 어린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회에서 어린 여성은 이제 그냥 소녀가 아니다. 갈 수록 사회적 파워가 강해지고 있는 ‘여성 신드롬’의 방향타(方向舵)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남자의 이상형은 ‘강한 남자’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는 것이 ‘완소남’ 문제의 핵심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꽃미남’이라고 부르는 걸, 어린 여성들은 ‘완소남’이라고 부른다. 꽃미남에는 40대 50대 아줌마의 느끼한 시선이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완소남에는 그런 추파가 없다. 사실 완소남이나 꽃미남은 동일한 대상이다. 주로 여성을 가리키던 객관적 상관물이었던 ‘꽃’이 남자에게 붙여질 때의 신선한 충격을 기억한다. 남자가 꽃이 되고, 여자가 나비가 되는 드라마틱한 역전(逆轉)이 이 사회의 중요한 풍속도이다.


완소남에 들어있는 ‘소중한’이란 말에는, 남자를 인식하는 여성의 스키마가 엿보인다. 남자는, 여자들이 장식용으로 소중하게 간직하는 반지나 귀걸이, 혹은 자동차나 옷처럼 소중한 ‘물건’이다. 꽃과 액세서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소유할 수 있다. 그것이 소중한 건, 내 것이기 때문이고 또 시장(市場)에 내놨을 때 아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박혜미의 남편 배추머리 정준하는 생김새와 상관없이 ‘완소남’이다. 능력있는 여성은 굳이 능력 갖춘 남자를 원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보호해주고 싶은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는 남자가 더 좋을 수도 있다. 박혜미에게 배추머리 이 남자는 완전 소중하다. 소중하다는 감정은 주관적인 것이고, 소중하기 때문에 그 남자가 완전하게 느껴지는 일도 여자의 자유다.


꽃미남에도 그렇지만 완소남이란 말에는, 정작 남자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남자의 외형적인 인상들은 짐작이 가지만, 여자의 시선과 느낌이 더 강조되고 있다. 요컨대 꽃미남이나 완소남은 ‘여자의 남자’다. 짐작컨대 여자에게 아주 잘해주는, 싹싹하고 부지런하고 순진하면서도 유머감각 있고 희생정신이 뛰어난 남자일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런가. 여자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고집 세고, 싸움 잘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판단력이 놀랍고, 지적으로 뛰어나고, 출세에 열정적이고,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한 남자라면, 완소남이 되기는 글렀다. 여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옛날 방식의 카리스마들은 완소남 리스트에서 제외다. 완소남이 입에 오르내리는 사회는, 남자들이 귀여워지고 수줍어지고 약해지는 사회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먹여살리는, 신모계사회의 징후가, 저 ‘완소남’이란 얄궂은 조어 속에 숨어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