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에서 경쟁하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 노선까지 섭렵하기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날갯짓에 우리나라 LCC까지 동참함에 따라 저렴한 항공운임으로 미국 등 장거리 여행을 할 날이 조만간 다가올 전망이다.
◇이미 시작된 장거리 개척 = 동남아 LCC들은 이미 대형항공기를 도입하고 장거리 노선 공략에 나선 상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어아시아그룹은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한 장거리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X(엑스)에 이어, 태국 거점의 '타이 에어아시아 엑스'를 최근 설립했다.
에어아시아가 A320을 통해 국내선 및 단거리 국제선을 담당한다면 에어아시아X는 A330을 통해 인천-쿠알라룸푸르 등 장거리를 담당한다. 에어아시아 그룹은 태국 법인을 통해 장거리 노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필리핀항공 소속 LCC인 팔익스프레스는 모회사로부터 A330-300기를 한 대 인수해 두바이 노선을 주 5회 운항 중이다.
세부퍼시픽항공은 A330-300 항공기 운항을 시작하고 운항지역을 두바이까지 확대한 상태다.
싱가포르계 스쿠트항공은 올 하반기 B787-9 드림라이너(Dreamliner)를 인도받는다. B787-900기는 대한항공이 B777기를 대신해 들여오는 최신예 항공기다. 스쿠트항공은 드림라이너를 통해 장거리 노선 취항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진에어 B777 도입 = 우리나라 LCC 중 장거리 노선 성봉장은 진에어가 손꼽힌다. 진에어는 올 하반기께 B777을 도입해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진에어가 하와이에 뜬다면 LCC로서는 첫 장거리 취항이 된다.
진에어는 그동안 B737-800기를 통해 6시간 이내의 거리를 비행해왔다.
하지만 이들 노선은 다른 국적 4개 항공사와의 경쟁이 이미 과열 양상에 접어든 상태다. 지속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서는 장거리 취항이 필수적이다.
진에어에 이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도 장거리 노선 취항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LCC의 변화에 따라 여행객들은 대형항공사의 60~80%대의 저렴한 항공운임으로 6시간 이상의 장거리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지게 된다.
다만 LCC들이 장거리 노선 운항에 따른 수익 확대를 위해서는 일등석ㆍ비즈니스석ㆍ에어텔 등과 같은 수익이 담보된 상품이 개발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항공사(FSC), 경쟁력 확보 비상 = 이같은 LCC의 제 2 성장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에게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A380 등 신규 기재를 계속 도입하는 와중에 항공운임을 낮춰 LCC와 경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프리미엄항공사를 표방하면서 더욱 향상된 객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LCC와 전혀 다른 차별화를 이뤄내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A380, A350, B787-9, B747-8i 등 최신예 대형항공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인천 및 김포공항을 거점으로 한 제 2 LCC를 설립해 국내선 및 단거리 국제선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LCC의 성장에 따른 부실 노선을 정리해 차별화를 이뤄내겠다는 계산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FSC와 LCC 모두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LCC의 서비스 품질이 낮지 않다는 점에서 FSC의 차별화 방안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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