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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 판국에'…언론플레이 열중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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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최근 대언론 홍보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의 성급한 보도에 대해 사실 관계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 대응 및 구조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처하자 여론 전환을 위해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갑작스레 진행된 해군 측의 침몰 사고 구조 현장 언론 공개가 언론 플레이의 '백미'였다. 이날 해군 측이 느닷없이 "언론 취재 편의 제공 차원에서 현장을 공개한다"며 해수부를 통해 공동 취재단을 구성할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구조ㆍ수색에 정신이 없을 것 같아 대부분의 언론들이 현장 취재를 요청할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부탁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공된 '호의'였다.

아니나 다를까, 해군은 사전에 구조 지휘 바지선에 탑승하고 있는 가족들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기자들을 불러 모아 데리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들이 타고 간 해군 함정은 구조 바지선 '2003 금강호' 옆에 도착해 한참을 기다렸지만 결국 유족들의 거부로 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잠수사들의 구조 모습을 직접 보면서 국민들이나 가족들이 제기하는 각종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무엇보다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었기에 기자들도 아무 말 없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해군 측의 무리한 '홍보 욕심'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활용'된 셈이었다.


압권은 청해진함에 올라 진행된 한 잠수사의 인터뷰였다. 힘든 구조 작업을 마친 후 쉬고 있던 잠수사를 불러 낸 해군 측은 아주 자연스럽게 '연출'을 했다. 막 구조 현장에서 돌아온 것처럼 현장감을 살리자며 잠수사의 얼굴과 머리, 몸에 물을 뿌려댔다. 굳이 카메라 기자들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해군 홍보 관계자들은 자연스레 움직였다.

이날 현장에 공동취재단으로 참가했던 기자들은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고생하고 있으며 힘들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까지 홍보에 열을 올릴 때일까? 무엇보다 구조 작업에 총력을 다해 가족들을 잃어 찢어지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치유해 주는 게 구조 당국의 도리가 아닐까?


다른 정부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사고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23일 하루 무려 10여건의 각종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쏟아냈다. 사고 수습보다는 언론 대응에 힘을 쓰고 있다는 의혹을 살 만한 수치다.


검찰도 이날 오후 인천 등 전국 여객터미널에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지만, 사전에 선사 쪽에 점검 계획을 알려주고 대대적으로 언론을 동원하는 등 '홍보성'이라는 인식을 줬다.




진도 =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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