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제훈 기자]
승객 475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한 지 3일째를 맞는 가운데, 배가 출발한 인천항여객터미널(이하 인천여객터미널)은 실종자들의 안전한 귀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로 넘쳐흘렀다.
18일 인천여객터미널 대합실에 모인 많은 승객들은 TV를 통해 관심있게 구조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 되거나, 사망자의 사연이 소개 될 때마다 대합실 여기저기에서는 "아이고", "저걸 어쩌면 좋대"와 같은 탄식이 쏟아졌다.
배편을 기다리고 있던 한모(57ㆍ여)씨도 "뉴스를 통해 보고 알았는데 더 이상 얘기 하기 싫다. 생각만 해도 괴로울 지경이다"라며 "남은 부모들은 어떻게 살아갈 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침몰한 세월호는 지난 15일 오후 9시께 인천여객터미널을 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기대하던 수학여행에 떠나던 학생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시민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동네 주민 정찬조(61)씨는 유난히 들떠있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정씨는 "그 때 여기(인천여객터미널)서 제주도로 출발할 때 아이들은 유난히 신난 표정이었다"면서 "아이들에게 '아버지한테 용돈 얼마나 받았나' 라고 농담을 건넸더니 '우리 아버진 짜서 5000원 줬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던 게 생각 난다"고 씁쓸해 했다. 이어 그는 "1970년 남영호 사건 때 옆집 아저씨가 돌아가셨는데, 이번엔 학생들이 꼭 살아 돌아와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여객터미널의 한 관계자도 학생들이 통과한 게이트를 가리키며 "저기(게이트)에서 아이들이 지나가는 걸 봤는데 그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끝말을 흐렸다.
대합실 입구에는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염원하는 작은 게시판이 설치됐다. '구조 될 때 까지 힘내세요', '우리 아들 딸 들아! 꼭 살아서 돌아와라' 등 실종자들에게 남기는 응원의 메시지가 게시판에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한편 인천시에 따르면 침몰한 세월호에는 환갑을 맞아 제주도로 떠난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을 포함한 36명의 인천시민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중 지금까지 구조가 확인된 인원은 이 중 20명이다. 그밖에 숨진 2명은 길병원ㆍ인하대병원에 각각 안치돼 있고, 나머지 14명은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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