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그리스 정부와 은행권의 잇따른 채권 발행 성공으로 그리스는 축제 분위기다. 수년 간 이어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가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 인터넷판은 유로존 채무위기가 현재 진행형이라며 그리스 경제에 대해 낙관하기란 아직 이르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리스 공공채무관리국(PDMA)은 조만간 3년·7년물 국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년물 국채 발행에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는 등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포천은 그리스 국채 투자자들이 그리스 경제의 체력을 높이 평가한 게 아니라 단순히 고수익만 좇는 투기꾼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국채 투자 열풍은 채권시장 약세 전망에도 글로벌 정크본드 시장의 팽창으로 버블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스가 이번 국채 발행으로 모은 돈은 25억유로(약 3조6000억원)다. 그러나 현재 그리스의 정부부채는 3259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이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의 97.4%와 구제금융 당시인 2010년의 142%보다 높다.
2001년 유로존 가입 전까지 세계 국채시장에서 그리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리스 정부가 자금을 빌리기 위해 내야 하는 이자는 높았다. 시장의 유동성도 좋지 않았다. 투자 수요는 거의 없었다. 그리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는 대신 씀씀이를 줄이고 세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유로존 가입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스는 독일·네덜란드 등 경제강국과 어깨를 겨루게 됐다. 투자자들은 그리스에 저렴하게 돈을 빌려줬다. 이에 그리스 정부의 부채와 재정적자는 늘어만 갔다. 결국 그리스는 1·2차 구제금융으로 채무를 탕감 받고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2400억유로나 수혈 받았다.
포천은 그리스로 투자금이 몰리는 현 상황에 대해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 가입 이후 13년 동안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하지 못했다. 특히 2010년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빌린 돈의 이자를 갚는 데 급급했을 뿐 혹독한 긴축에도 실질적 구조개혁은 미약했다.
최근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가 다시 오르는 것도 이런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9일 국채 발행에 성공한 뒤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5.89%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다시 6%대를 돌파했다.
독일 민간 연구소 유럽정책센터(CEP)가 집계한 그리스 경제의 디폴트 지수는 2012년 -8.7에서 지난해 -9.4로 되레 악화했다. 그리스의 공공 기관 및 민간 기업들은 해외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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