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데일 손 전 삼성전자 미국법인 대표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애플 특허 소송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삼성이 애플을 앞선 것은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씨넷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삼성 미국법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손 전 대표는 이날 증언에서 "2006년 삼성에 합류했을 때 미국 매출이 적었으나 애플이 아이폰을 도입한 시기인 2007년부터 급속하게 증가했고 2008년 3분기부터는 수위에 올라섰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 변호인은 손 전 대표가 2012년 직원에게 건넨 '삼성의 생존전략상 애플을 타도해야 한다'는 내부 메모를 공개하면서 "그가 CEO(신 사장)의 지시에 따라 아이폰5의 출시 후 찾아올 쓰나미를 희석시킬 '카운터 플랜'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애플 측은 2012년 4월 삼성의 사업운영 및 계획에 대한 월별 부서회의 등이 포함된 내부 문서도 공개됐다. 문서에서 손 전 대표는 "삼성의 미래는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을 꺾는데 달려 있다"며 "애플을 꺾는 것은 단순한 목표가 아닌 우리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반드시 소비자들을 우리 쪽으로 돌려놔야 한다"면서 "애플이 현재 누리고 있는 고객 충성도를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애플의 주장에 대해 손 전 대표는 배심원들에게 '애플의 주장이 당혹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삼성이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 대형 판매법인들의 의견을 긴밀히 반영하면서 미국의 휴대폰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 공급했다고 밝혔다. 반면 아이폰 모델은 아주 인상적이고 좋은 제품이지만 AT&T만이 독점 공급했고 299달러 가격도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애플이 내부 문건을 공개한 것은 아이폰에 대한 삼성의 우려를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이폰을 베끼지 않았다는 삼성 측 주장의 설득력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됐다. 이는 삼성의 'The Next Big Thing' 광고 켐페인을 접한 이후 애플이 내부적으로 주고 받았던 이메일에서 드러난 우려와 유사하다.
'Next Big Thing' 광고는 애플이 출시한 새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 중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재판 중에 삼성 측은 이 광고로 필 실러 애플 마케팅 책임자가 괴롭힘을 받았다며, 그가 그의 팀에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애플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내용을 담아 보낸 내부 이메일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 측은 실러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에게 자사의 광고대행사를 교체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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