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르노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차로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된 후 인기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곤 회장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 비전발표행사에 참석해 "QM3 수요가 많다면 현지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 같은 상황을 현지 관련팀이 (국내공장 생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QM3는 스페인 르노공장에서 생산돼 유럽에서는 캡처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출시 후 유럽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초도물량 사전계약이 순식간에 끝났으며 당초 1만5000대를 들여오기로 했다 최근 3만대로 늘려 받을 정도다.
현지 공장 가동률은 이미 지난해부터 100%를 넘겼음에도 여전히 수급이 어려워 다른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지를 따지고 있다고 곤 회장은 전했다. 한국에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도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곤 회장은 "일단 (한국공장이) 추가로 생산할 여력이 있다는 건 좋은 소식"이라며 "한국공장이 경쟁력을 갖춘다면 한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한국 생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지 생산분의 10% 정도를 한국에서 판매할 정도로 비중이 적지 않지만 유럽 내 수요도 만만치 않은 데다 스페인 공장을 비롯한 르노-닛산의 전 세계 공장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해야 한다.
곤 회장은 부산공장의 생산성을 묻는 질문에 "(전체 공장 가운데) 평균 이상이며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며 "상위 10% 그룹에 포함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답했다. 르노그룹이 전 세계에 운영하는 공장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잣대는 품질과 생산단가라고 곤 회장은 소개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담보하는 데다 최근 수년간 부품국산화율을 높여 제작가격을 낮춰왔던 만큼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현재 부산공장의 최대 생산능력은 연간 30만대 수준이나 현재는 절반 정도 생산하고 있다. 하반기 북미수출차종 생산을 시작하면 연간 23만~24만대 정도까지 채우게 된다. 추가로 다른 차종을 더 생산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르노-닛산이 주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르노삼성이 맡게 될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질 노르만 르노그룹 부회장은 "한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SM3 Z.E.를 남미쪽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시장에도 한국이 중요한 생산국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비전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곤 회장과 부산공장 노조 측과의 면담은 회사 측의 요청으로 막판에 취소됐다. 곤 회장은 3일 용인에 있는 기흥연구소를 찾은 후 오후 러시아 지역 생산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출국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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