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은 약 2500년 전 중국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 사람 손무가 지은 '손자병법'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의 원문은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 백번을 이긴다'가 아니라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인 것이다. '이긴다'는 쉽고 매력적인 말 대신에 '위태롭지 않다'는 어렵고 재미없는 용어를 저자가 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에는 나보다 센 사람들 투성이다.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그들과 싸워 이기기보다는 지지 않고 살아남기가 더 급한 과제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최근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펀드에 돈을 넣으려는 사람들은 이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채권형이나 인컴형 등의 중위험 중수익 펀드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이런 유형의 펀드들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주식 투자자들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투자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이들조차 막상 어떤 펀드에 가입할 지 결정할 때는 해당 상품의 과거 수익률만을 쫓아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상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펀드 정보는 대부분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위험 중수익 펀드 투자를 통해서 성공하고자 원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 높은 수익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원금을 날리지 않을 가능성, 즉 투자에서 지지 않을 확률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변동성이 기대수익률보다 낮은 펀드를 골라야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볼 때 97.5%의 확률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최소 기간은 기대수익률과 변동성이 같다고 할 때 대략 4년 정도이다. 어떤 펀드의 기대수익이 연 10%라고 하자.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만약 이 상품의 변동성이 13%라면? 이 경우 이 펀드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투자기간은 7년 정도가 된다. 이 기간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대수익보다 변동성이 낮으면 된다. 예를 들어 기대수익을 연 4%로 유지하면서 변동성은 연 3%로 낮출 수 있다면 원금손실 회피를 위한 최소투자기간을 2~3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 기대수익이 높지만 변동성도 높은 투자는 많다. 그러나 중위험 중수익 펀드 투자자라면 고변동성 상품을 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변동성과 기대수익을 같이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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