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올해에도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부자들의 정치 모임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듯 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현지시간) 양회가 열흘간의 일정으로 본격 막을 연 가운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내로라 하는 중국 재벌, 기업인, 최고 지도부들의 자손들, 스포츠스타, 연예인 등이 대거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주말 쿤밍에서 발생한 무차별 칼부림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으로 3일 오후 3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됐다. 정협은 중국 최고 국정자문기구로 공산당을 비롯 각 정당과 사회단체·소수민족 대표들로 구성되는데, 이 날 회의에는 2172명의 정협 위원들이 참석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이 정협 위원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리 회장은 미 경제잡지 포브스가 추정한 재산 규모 677억위안(약 110억달러)으로 중국 3위 부자로 자리해 있다. 블룸버그 선정 부자 순위에서는 종종 1위에 앉기도 한다.
중국 부동산 회사인 헝다(恒大)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도 양회가 열리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중국 기업인이다. 그의 보유재산은 329억위안에 이른다. 쉬 회장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3억9000만위안, 4억2000만위안을 사회에 기부해 중국 최고의 자선가로 불리기도 한다.
2010년 볼보를 인수한 지리(吉利)자동차의 리슈푸(李書福) 회장,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자청(李嘉誠) 청쿵(長江) 부동산그룹 회장의 장남 리저쥐(李澤鉅)도 자리를 빛냈다.
중국 혁명원로와 고위간부의 후손들도 최대 정치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친손자 마오신위(毛新宇)와 덩샤오핑(鄧小平)의 둘째 딸 덩난(鄧楠)이 정협 위원으로서 정치 행사에 참석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여동생인 장쩌후이(江澤慧)와 조카 우즈밍(吳志明)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중적인 스포츠스타와 연예인들도 대거 등장했다. 영화배우 청룽(成龍·재키찬)과 영화감독 펑샤오강(馮小剛),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모옌(莫言), 미 NBA 출신 농구스타 야오밍, '황색 탄환'이라고 불리는 허들 챔피언 류샹(劉翔) 등도 회의 참석차 인민대회당으로 오는 길에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편 중국 양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재벌과 유명인들은 해가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개막 전이서 양회 참석자들에 관한 구체적인 통계가 나오기 전인지만, 지난해에는 정협과 전인대에 참석한 억만장자 수가 83명에 달해 양회가 부자들의 정치모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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